임창용이 일본 통산 100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로써 한일 통산 300세이브 기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마무리 투수의 개인 성적은 아무래도 소속팀이 상승세인가 침체인가에 따라 달라지기 쉽다. 하지만 올 시즌 300세이브에 도달할 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니 필시 달성할 것이다. 듣기로는 다음 목표와 꿈은 ‘미국에 진출하여 1세이브라도 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 그것을 원한다면 그 목표에 도전하면 될 것이다. 충분히 가치 있는 목표라 생각한다. 임창용만큼의 능력을 가진 투수라면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것과 거기서 1세이브를 올리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임창용이 훌륭한 투수라는 사실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아하고도 독특한 투구폼은 개인적으로 감탄스럽고 존경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임창용은 ‘완벽한 마무리 투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응이 덜 된 모습을 보였던 일본 진출 초년도는 제외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수많은 등판을 지켜보면서 그의 뛰어난 부분보다 불안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더 기억에 남게 되었다.
그것은 그의 부주의함이 느껴졌던 공 하나 때문이다.
아이카와 료지(Aikawa Ryouji) 포수가 우타자를 상대로 바깥쪽 낮게 미트를 대고 있었다. 그런데 임창용은 공 하나 크기만큼 가운데로 몰린 공을 던졌고 결국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런 장면이 위력적인 탈삼진만큼이나 인상에 남아 있다. 특히 그러한 장면은 위닝샷(결정구)이 아닌 그 단계에 이르기 전의 투구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물론 많지는 않다. 탈삼진이나 범타로 처리한 수의 몇 분의 1, 몇십 분의 1 수준이다. 대부분의 투구가 좋았던 만큼 오히려 더 인상에 깊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것도 필자는 용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임창용은 선발투수가 아닌 마무리 역할을 맡고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라면 1경기당 공을 100개 정도는 던진다. 그 모든 공을 완벽하게 제구하여 던지는 것은 어렵다.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뼈아픈 실투 하나’가 경기를 결정지어 버릴 때가 있다. 하물며 마무리 투수가 던지는 1이닝의 투구 수는 열 몇 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하나의 실투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임창용은 결코 제구력이 부족한 투수는 아니다. 그럼 그 밋밋한 공 하나는 기량 문제가 아니라 부주의함, 또는 정신적인 부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는 ‘조심성 없는 성격’인 것일까? 실제로 어떤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무리 투수의 정신적인 면을 생각하면 한 투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옛날 일본에 에나쓰 유타카(Enatsu Yutaka)라는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투수가 있었다. 한신 타이거스의 에이스 시절에는 노히트 노런을 포함한 수많은 기록을 남겼고 후년에는 난카이 호크스(현 소프트뱅크 호크스)로 이적한 후 일본에서 마무리 투수라는 역할을 확립시키고 지위를 부여한 최초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히로시마, 니혼햄을 거치면서 193세이브(역대 3위) 기록도 남겼다. 그런 그가 옛날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승을 다투는 팀의 마무리 투수만큼 공 하나의 실수, 그리고 공 하나가 갖는 무서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투수는 없을 것이다.” 이 말은 마무리 투수의 실투 하나가 경기를 지게 만들 뿐 아니라 우승 경쟁이라는 중요한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온몸’으로라는 것은 의식적이 아닌 ‘무의식적인 감각’이라고도 바꿔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임창용도 해태 타이거즈, 삼성 시절에는 우승에 기여하는 투구를 했던 만큼 에나쓰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굳이 짚고 가자면 한국에서 활동했던 시절에는 제구력보다 구위로 미는 것이 가능했다. ‘젊음’이라는 재능과 무기만으로도 통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투 하나가 뜻하는 진정한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과연 얼마나 온몸으로 이해하고 있을지…. 그 점이 선동열과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임창용은 선동열이 일본에서 세운 98세이브 기록을 넘어섰다. 하지만 패배 수는 선동열이 4년간 4번(10승 4패)인 데 반해 임창용은 3년간 11번이다. 작년까지 7승 11패로 패배 수가 더 많다. 이 11패 중 과연 ‘부주의한 공 하나’가 얼마나 있었을까? 그것을 생각하면 새삼 안타깝고 분한 마음이 든다.
임창용은 매력적인 투수이다.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투구로도 충분히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동의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1세이브를 올리고 싶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일 통산 300세이브 달성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야쿠르트의 우승을 위해서라도 임창용에게 올 시즌 남은 등판에서는 단 하나의 실투도 용납되지 않는다. 가혹한 주문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에게는 이런 완벽함을 추구하길 바라본다. 계속 성장해 가는 임창용을 보고 싶다. 그 결과 완성된 그의 모습을 가까운 메이지진구 구장이 아닌 먼 미국 마운드에서밖에 볼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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