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면 시간이 참 빨리 흐른 것 같다. 임창용이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입단한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당시 부상에서 막 회복한 상태라 활약 가능성에 대한 불안한 시각이 많았던 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일본 프로야구팀에 입단했다. 하지만 임창용은 실력으로 결과를 만들어냈고 자신의 가치를 높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마무리 투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또한, 그와 동시에 5년간 수억 엔이라는 거금을 손에 쥐었다.
지금 임창용이 투수로서 강한 의욕을 가지고 있다면 소속팀의 우승과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다.
먼저 ‘야쿠르트의 우승’을 보면 솔직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젊은 투수들이 가세하고 하타야마 등 중심타선도 성장하여 팀 전체 수준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기선수들과의 실력 차가 커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전병원’처럼 부상자가 많았던 작년 시즌 후반을 보면 마치 다른 팀으로 착각할 정도로 부진했다.
더 가혹한 표현을 하자면 계속된 부진으로 우승을 놓친 시즌 후반의 상태야말로 야쿠르트 전력의 현주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또한, 이번 캠프를 봐도 전력이 현저히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임창용의 몸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팀이 리드를 하지 못해 등판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그런 답답한 상황이 올해 많이 연출될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임창용은 아직 일본에서 세이브왕 타이틀을 따지 못했다. 현재 통산 296(한국 168, 일본 128)세이브이기 때문에 대기록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는 300세이브는 틀림없이 달성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타이틀 따는 모습이 보고 싶다. 물론 그것도 임창용 혼자만의 힘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일본에서는 우승이 결정된 순간에 마운드에 있었던 투수를 ‘헹가래 투수’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헹가래의 주인공은 감독이지만 그 헹가래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줬다는 뜻에서 이렇게 불리게 됐다고 한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임창용과 아이카와 료지가 서로 끌어안는 항상 보던 그 모습이 ‘우승’이 확정되는 뜻깊은 순간에 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 하나의 도전은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이것도 임창용의 오랜 염원이었다 할 수 있다. 나이를 생각하면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그리 좋은 답변이 돌아오진 않는다. 실은 작년 시즌 종료 후 아메리칸리그(AL)의 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임창용의 이름을 거론하자 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임창용이 훌륭한 마무리투수임에는 틀림없어요. 구위, 구속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도 손색이 없죠. 특히 사이드암 투수로 150km 전후의 구속을 낼 수 있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것도 임창용한테는 플러스가 되는 요소이죠. 투심이나 슈트 계열의 구종도 훌륭하고.”
이 관계자는 임창용이 일본에 진출했을 때부터 일본에 살았던 건 아니지만, 임창용을 쭉 지켜봐 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하지만”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작년과 재작년에 뛰는 걸 보면서 제일 석연치 않았던 게 시즌 전체적으로 좋은 상태를 계속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여름에는 꼭 컨디션이 안 좋아지죠. 문제점과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치명적인 마이너스 요소가 될 거예요.”
그가 지적하는 문제의 원인…. 그게 피로 때문인 건지, 아니면 부상 등에 기인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 바로 불안요소이다.
아니 야쿠르트의 경기를 지켜봐 온 팬이라면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본인밖에 모른다. 앞서 말한 관계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육체적으로 피로가 쌓인 거라면 나이도 있기 때문에 스카우트를 고려할 때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만약 정신적인 문제, 다시 말해 팀이 부진한 시기에 나쁘게 표현해서 나태해지거나 의욕을 상실한 거라면 열심히 설득하고 이해시키면 해결될 수도 있겠죠.”
그러고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만약 임창용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이렇게 전해 주세요. ‘팀 순위나 자신의 몸 상태가 어떻든 등판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어떠한 경우라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완벽한 피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만약 핑계든 뭐든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해도 우리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그걸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그저 결과만 보기 때문이다’라고 말이에요.”
임창용 본인에게 이 말을 전할 생각은 없다. 왜냐하면 그 자신도 충분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35살의 파워피처(power pitcher). 그에게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임창용이 올해 우리들에게 어떤 해답을 보여 줄 것인가? 그것은 바로 그의 투구 내용 속에 담겨 있을 것이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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