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연속 가을잔치의 구경꾼으로 남았던 LG 트윈스가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1994년 이후 17년 만에 정상 탈환까지도 꿈꾸고 있습니다. 인기 구단 LG의 선전은 단순히 팀 자체의 목표실현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600만 관중동원의 성공을 가름하는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승리에 목말라 있던 LG팬들은 요즘이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에 못지 않게 '잘 나가는' LG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우규민(26.사이드암)입니다.
2003년 2차 3순위(전체19번)로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우규민은 2009년까지 LG 마운드의 중간계투와 마무리로 활약하며 6시즌 동안 232경기에 등판 14승 21패 13홀드 64세이브 평균방어율 3.23을 기록했습니다. 2007년엔 62게임에서 30세이브(방어율 2.65)를 기록하며 김용수-이상훈에 이은 LG의 대표적인 마무리 계보의 한 자리를 꿰찼지만 이후 허리부상과 제구력 난조로 기대에 못 미치는 피칭으로 블론세이브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2009년 12월 군 입대 후 경찰 야구단에서 뛰고 있는 우규민은 정확히 136일 후인 10월 8일 소속팀 LG로 복귀합니다. 스스로 쌓았던 기록과 성적을 뒤로 한채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고 나선 우규민을 만났습니다.
2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우규민은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피안타 6개 탈삼진 4개를 기록하며 2실점(1자책)으로 시즌 7승째를 챙겼습니다. 입대한 첫해였던 작년엔 초반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오가다 중반부터 선발로 변경하며 총 34경기에서 10승 4패 8세이브 방어율 3.11를 기록 한 바 있는데 올해는 선발로만 출격하며 벌써 7승째를 올렸습니다.
8경기 가운데 4월 중반에는 완봉과 완투승을 연달아 기록하기도 했고 방어율도 2.32로 전년보다 훨씬 낮아졌습니다. 7승은 26일 현재 북부리그에서 임준혁(27.상무. 8승)에 이어 다승 2위에 해당합니다.
-오랜만이네요. 작년에도 선발로 뛰면서 인터뷰를 했던 거 같은데 올해도 변함없네요? 성적도 좋고 LG 때 보다는 훨씬 많은 볼을 던지고 있죠?
"1.2군 통틀어 프로에선 선발로 뛴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쌓아 긴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어 유승안 감독님께 자청했고 감사하게도 기회를 주셨죠. 물론 2군이라 맘이 편한 탓인지 성적이 잘 나오는 거 같은데 이기고 지는 걸 떠나서 길게 던져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괜찮아요."

-선발과 마무리는 완전 다르죠?
"두 보직 모두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마무리는 매일 대기하면서 게임을 주시하고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힘들죠. 하지만 선발은 초반 팀 분위기를 좋게 끌고 가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 로테이션이 정해져 있어 컨디션 조절하고 안되는 부분을 보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잖아요. 등판하지 않는 경우엔 푹 쉴 수 있다는 점도 좋고. 둘 다해보니까 쉬운 건 없는 거 같아요."
- 볼 개수를 늘리는 일이 어렵진 않았나요?
"작년에 처음 선발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때마침 춘천에서 상무전 선발이 펑크가 났어요. 그래서 깜짝 선발로 나갔어요. 너무 좋은 기회였죠. 프로입단하고 처음 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확실히 달랐어요. 늘 중간 혹은 마무리로 짧은 이닝을 전력투구하다가 갑자기 많이 던지니까 몸이 견디질 못하더군요(웃음) 4회 되니까 팔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없어지더군요. 전날 (심)수창이 형과 (봉)중근이 형에게 비법을 물었거든요. 선발 경험이 많으니까 도움이 될 거 같아서요. 완급조절하고 또 주자가 없을 땐 맞춰 잡으라는 것 등 기초적인 걸 알려줬는데 막상 게임에 가서는 하나도 실천하지 못했어요(웃음) 전투력을 최대치로 높여 무조건 막아야한다는 생각 뿐 이었죠. 그 날 이후 요령이 생기면서 투구수를 늘려 금방 적응 했어요."
- 만약 1군 게임이라면 그런 모험은 불가능 했겠죠?
"2군 무대라 그나마 테스트 할 수 있었던 거죠. 전 개인적으로 많은 이닝을 던지고 많은 볼을 던져 보려 하는데 완투를 하거나 7-8이닝까지 던져도 볼 개수가 많지 않아요. 길게 던지는 연습이 필요한데 아쉽게 그럴 기회가 없어요."
-선발 투수의 이상적인 덕목인 적게 던지면서 이닝을 끌고 가는 것인데 본인은 그 반대 상황을 경험하고 싶은 거군요?
"그렇게 되나요? 제 한계를 시험하고 싶어서죠. 물론 1군과는 엄연히 실력 차가 있는 경기니까 편한 마음으로 자신 있게 던지다 보니까 많이 던지지 않고 비교적 쉽게 승수를 챙길 수 있는 거죠. 1군 게임이라면 상황은 다르겠죠. 확실히."
- 복귀하면 선발로 뛸 계획인가요?
"감독님이 알아서 판단하시겠죠. 제가 어떤 성적을 내고 어떤 내용으로 경찰에서 2시즌을 보냈는지 이미 구단에서는 다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 제게 적합한 보직을 정해 주시겠죠. 전 옆구리 투수라 입단하면서부터 선발에 대한 꿈은 버렸어요. 그저 긴 이닝을 던져도 힘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LG가 2위를 달리며 가을 잔치에 확실히 참가할 거 같아요. 잘하고 있는 모습 보니까 기분 어때요?
"정말 기쁘죠. 그런데 한편으로 그 속에 나도 있었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도 많네요.낮 경기를 치르니까 1군 경기는 거의 매일 TV 중계를 볼 수 있거든요. 웨이트를 하거나 개인연습을 하면서 말이죠. 제가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해서 리모콘을 장악하고 있어 항시 LG 게임만 사수하죠(웃음). 진짜 타자들도 다 잘치고 (박)현준이도 잘 던지고 너무 잘해요(웃음)"
-모교에서 걸출한 신인이 나왔잖아요. 임찬규는 어때요?
"기특하고 대견하죠. 직접 만나 보진 못했는데 씩씩하게 던지는 거 보니까 저놈 물건이다 싶은 게 뿌듯하더군요. 역시 휘문이죠(웃음). 계속 잘했으면 좋겠어요. 주장 맡은 (박)용택이 형도 잘하고 계시잖아요. 용택이형도 휘문 선배에요(웃음)."
-마무리 부재가 현재 LG의 가장 큰 취약점인데 그 부분에 채운다면 더 강한 팀이 될 텐데
"그 자리를 맡아봤던 입장이니까 그 심정 잘 알죠. LG가 전통적으로 마무리로 유명했잖아요. 김용수 지금의 중앙대감독님이나 이상훈 선배가 정말 레전드로 통했는데 제가 그 계보를 잇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김)광수형도 열심히 하시고 (이)동현선배도 계시지만 좀 더 불펜이 강해지면 말 그대로 진짜 무적 LG 가 되겠죠."
- 빨리 돌아가고 싶죠?
"그렇죠. (심)수창이형 선발로 던지는 날 친구들과 몰려 잠실구장 외야 쪽에서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거든요. 선수가 아닌 일반 팬 입장이 돼서 말이죠. 요즘 성적이 좋아서인지 주중에도 관중 많잖아요. 응원열기도 더 뜨거워졌고 그 속에서 팬으로 경기를 지켜보니까 모든 게 새로웠어요. 그럴 기회가 사실 없잖아요. 보면서 내가 서 있을 자리가 바로 저기인데 라는 생각에 망을 뚫고 뛰어 들어가고 싶더군요. 그 기분 아마 잘 모르실 겁니다(웃음)"
-일반 팬이 되어 LG경기를 본다. 색다른 경험이네요.
"관중의 입장이 돼서 보니까 그 속에서 많은 걸 느끼게 되더군요. 솔직히 늦은 나이에 입대를 하면서 2년간의 공백을 과연 무엇으로 채워야 할 지 막막했거든요.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그런데 지내면서 보니 운동 외적인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는 것도 많았고 저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했고 특히 응원해 주는 분들의 고마움도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 2군 경기는 관중 없잖아요. 적응이 잘 되던 가요?
"지켜보는 사람 없이 적막함 속에서 던지려니까 처음엔 이상했어요. 그런데 조용하니까 오히려 집중은 잘 돼서 좋았어요. 제대하고 1군 경기장에 가면 정신 못 차릴 거 같아요.(웃음)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웃음)."
-본인 없이도 LG 트윈스 구단은 잘 돌아가고 있어요. 혹시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없나요?
"있죠. 그것도 아주 많이(잠시 머뭇거리다가) 어느 순간부터 내가 뛰던 시절이 있긴 했던 가 싶고 과거가 가물가물 해지더군요. 사람들이 나를 잊은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크고 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당연히 되죠."
-우규민은 몰라도 '불규민'은 잊지 않겠죠? (농담조로 던진 말이었지만 곧바로 후회할 만큼 실언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맞장구쳐주었다.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론 고마웠다.)
"그렇죠. 아마 그럴 겁니다.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실망도 많이 안겨드렸죠. 그래도 그때는 질책과 비난이라는 관심은 받았잖아요. 그것마저 고맙고 감사해야죠. 저라도 응원하는 팀을 패배로 몰고 가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보면 욕하고 관두라는 이야기를 할 거 같아요(웃음)."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성격은 어때요? 낙천적인거 같은데
"시간이 흘렀으니까 이제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거죠. 비판적인 기사나 팬들의 댓글에 대해 이런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며 어머니는 오히려 고맙게 여기라고 충고하세요. 제가 어머니 성격을 많이 닮은 편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다만 제 자신을 원망하고 자책하며 속상해하긴 해도 다음 날 잘 던지고 나면 바로 잊어요. 단순하죠(웃음). 그런데 저보고 죽으라는 댓글을 보고는 한동안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어요. 마운드에서도 그 글귀가 자꾸 떠오르고 내가 진짜 죽어야 할 만큼 잘못한 건 가 정말 괴로웠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때가 있었나 싶네요(웃음)."
-힘든 순간조차 좋은 추억이 되버렸군요.
"확실히 그래요. 그래서 잊혀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2군 경기지만 기록과 성적은 엄연히 존재하잖아요. 그걸 확인하고 지켜보는 이들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기대를 헛되이 할 순 없죠. 스쳐간 선수로 남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성장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서야죠."
-목표라던가 꿈이 있다면?
"일단 LG 우승이죠.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10월 8일 제대해도 선수로 뛸 순 없거든요. 당장이라도 합류하고 싶은데(웃음) 팬의 입장에서 응원 해야죠. 내년엔
어떤 보직이건 간에 아프지 않고 부상당하지 않고 맡는 것이 1차 목표고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세이브 왕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오승환 형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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