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LG 김기태 감독과 신재웅, 두 남자의 추억

라데츠(radetz) 2013. 9. 13. 10:22

 

 

“사이판에서 한 얘기 기억하지?”

LG 김기태 감독은 12일 잠실 KIA전에 앞서 훈련을 마치고 들어가던 투수 신재웅(31·LG)을 불러세웠다.

“이상하게도 네가 등판하는 날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며칠 긴장했을테니 편하게 좀 쉬라”고 격려했다. 앞서 두산 2연전이 모두 비로 취소된 데 대한 얘기다.

신재웅은 올해 4승을 거두고 있다. 그 중 3승을 두산전에서 거뒀고 상대 방어율은 1.32일 정도로 두산에 강하다. 잠실라이벌이자 바짝 추격해온 3위 두산전에 맞춤 선발로 대기한 이유다.

그러나 이틀 연속 비로 취소돼 신재웅은 아예 로테이션을 한 번 쉬게 됐다. 올해 비로 취소된 LG의 11경기 가운데 4경기가 신재웅의 등판 예정일이었다.

김 감독의 말에 신재웅도 “지난 해에도 그랬는데 올해도 취소가 많습니다”라고 대답한 뒤 인사하고 자리를 뜨려했다.

그때 김 감독이 말했다. “재웅아, 기억하지? 사이판에서 한 얘기.” 신재웅은 “예”하고 웃으며 김 감독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올해 개막 전 사이판에서 전지훈련할 때 있었던 두 사람 만의 이야기다.

당시 김 감독은 훈련을 마치고 식사를 한 뒤 선수단 버스를 타지 않고 숙소까지 걸어갔다. 마침 신재웅도 걸어서 숙소로 향하던 중이었다. 앞에 가던 신재웅이 눈에 띄자 김 감독은 말없이 걸음을 재촉해 신재웅을 쫓았다. 그러나 결국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따라잡지 못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같이 땀을 닦으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김 감독은 당시 “뒤에서 따라가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추월하려면 앞에서 가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을 쏟아야 된다. 오늘 나처럼 이기지 못하면 결과는 아무리 노력해도 똑같이 실패한 것이 된다. 앞에서 가는 것보다 뒤에서 쫓아가는 입장이 그만큼 더 힘든 것”이라고 신재웅에게 얘기했다.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열심히 빨리 움직여 앞서가는 선수가 되라는 조언이었다. 신재웅에게는 큰 힘이 되는 가르침이자 감독님과의 잊지못할 추억이기도 하다.

신재웅은 올해 선발 한 축으로 서기까지 시련을 많이 겪은 선수다. 2005년 LG에 입단한 뒤 빛을 보기 시작할 때 FA 보상선수로 두산에 갔으나 공익근무 중 방출당한 신재웅은 2010년 신고선수로 테스트 받아 어렵게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고 2군에서 거친 경쟁 끝에 지금 이 자리에 왔다.

성실함 하나로 시련을 이겨내고 지난 해 6월 6년 만에 1군 무대에 다시 선 신재웅은 올해 11년 만에 4강을 꿈꾸는 LG에서 좌완 선발로 선두 싸움을 이끌고 있다. 그런 신재웅에게 더욱 열심히 움직여 남들보다 앞서가는 선수가 되라는 김 감독의 가르침이다.

물론 간발의 차로 1위를 다투고 있는 LG의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