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한 박병호를 보며 히어로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민거포' 박병호의 페이스가 놀라울 지경이다. 박병호는 3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2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상대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도 박병호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시즌 25, 26호. 5경기 연속 홈런에 이 부문 압도적 선두로 치고 나가게 됐다. 50홈런도 가능한 페이스다.
단순히 잘 치는 걸 떠나, 그의 눈물겨운 대반전 스토리에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재미도 없고, 팬들은 계속 떨어져나가는 KBO리그의 한줄기 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병호가 올해 이런 '미친' 활약을 할 거라 예상한 이가 얼마나 될까. 박병호는 사연이 많은 선수다. 성남고 시절 3연타석 홈런으로 프로 데뷔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그의 데뷔팀은 LG 트윈스. 팬들의 기대가 엄청난 곳이었다. 마음이 여리기로 소문난 박병호에게 그 관심은 부담이었다. 최고의 유망주 거포가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듯 했다.
하지만 첫 번째 반전이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로의 트레이드였다. 2011년 넥센 이적 후부터 숨겨져왔던 장타 본능이 살아났고, 이듬해부터 리그 최고의 4번타자로 거듭났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그는 31-37-52-53홈런을 때려냈다.
한국에 복귀해서도 그의 장타력은 여전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2020 시즌부터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20홈런에도 사람들은 수군거렸고, 실제 박병호도 할 말이 없는 게 지난해까지 두 시즌 연속 타율이 2할대 초반에 그쳤다. 연일 '에이징 커브' 기사가 도배가 됐다.
야구선수도 사람. 나이가 먹으면 실력이 떨어질 수 있다. 더 무서웠던 건 히어로즈의 결정이었다. FA가 된 박병호에 제대로 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많은 돈을 안길 수 없고, 더 냉정히 말하면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의미였다. 경기력이 떨어진 건 박병호도 인정해야 했지만, 그래도 히어로즈 프랜차이즈를 그나마 프로답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박병호, 서건창, 유한준 등의 스타가 있었기에 히어로즈도 그나마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었다. 어떻게든 예우를 해줄 명분은 충분했다. 하지만 박병호에게는 차가운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병호는 울며 겨자 먹기로 3년 30억원의 조건으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에이징 커브고 뭐고, 박병호의 마음 속에는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황혼기에 접어든 그가 기술적으로 뭐가 얼마나 달라졌겠나. 다른 건 없을 것이다. 분노와 울분이 집념으로 바뀌어 지금의 엄청난 홈런쇼로 표출되는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키움은 이런 박병호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이러니컬한 건, 이와중에 키움이 야구를 잘한다는 것이다. 시즌 도중 박동원도 돈을 받고 파는 데도, 팀은 오히려 더 힘을 내고 있다. 박병호가 크게 아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키움이 잘나가는 이유, 여러 복합적 요인들이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프랜차이즈 스타 한 명 없는 이 팀에, 어떤 팬들이 충성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야구 잘하면 다 될 거라는 착각은 절대 하면 안된다.
그래서 박병호 포함, 기존 스타들은 너무 쉽게 내치는 히어로즈의 선택이 아쉽다는 것이다. 홈런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히어로즈 팬들은 슈퍼스타로 성장한 이정후를 보며 '이 선수는 또 언제 떠날까' 이 생각을 먼저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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