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끝은 고향 복귀였다.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에서 뛰다 FA 신청 대신 방출을 자청한 내야수 서건창이 고향 팀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다.
KIA 타이거즈가 내야수 서건창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KIA는 15일 서건창과 연봉 5000만원, 인센티브 7000만원 등 총액 1억 2천만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알렸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 트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하여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서건창은 KBO리그 13시즌 동안 통산 1256경기에 출전해 1365안타, 타율 0.297, 491타점, 813득점, 229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정규시즌 MVP에 등극한 2014년 시즌에는 201안타를 기록하며 단일 시즌 최다 안타의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FA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트레이드가 서건창의 커리어에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키움에서 지명타자 출전 비중이 늘어나던 가운데 우승을 노리는 팀 LG에서 2루수로 뛸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경기력이 뒤따라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2021년 시즌 LG로 팀을 옮겨 타율 0.253과 출루율 0.350, 장타율 0.343을 기록했다. LG에서 뛴 기간의 성적이 더 좋지 않았다. 후반기는 타율 0.247이었다. 볼넷 비율은 떨어졌다. FA 재수를 택한 2022년에는 77경기 출전에 타율 0.224로 더욱 부진했다. FA 3수 역시 효과가 없었다. 2023년 타율은 0.200에 머물렀다. 키움 시절 사령탑이었던 염경엽 감독을 LG에서 다시 만났지만 부활하지 못했다.
키움 시절에는 연봉 '셀프 삭감'으로 FA 등급 하향을 노렸다가 트레이드로 실패하는 흔치 않은 사례도 만들었다.
서건창은 2020년 연봉 3억 5000만원을 받았다. 고과산정을 통해 키움이 설정한 2021년 시즌 연봉은 3억 2000만원. 그런데 서건창 측의 제안은 그보다도 1억원 가까이 낮은 2억 2500만원이었다. 전년 대비 1억 2500만원 삭감된 금액이었다.
FA 등급제를 의식한 선택이 분명했다. FA 등급은 최근 3년간 평균 연봉 및 인센티브 수령액이 구단 내에서 1~3위 안에, 리그 전체에서 1~30위 안에 드는 선수는 A등급으로 본다. 서건창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B등급이 되기 위해 연봉을 스스로 깎았다. 지금 포기한 1억이 나중에는 더 큰 돈으로 돌아올 수 있었기 때문에 의외라는 시각과 흥미롭다는 시각을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트레이드가 이 계산을 흔들어놨다. 2021년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서 키움에 남았다면 B등급으로 FA 시장에 나올 수 있었는데, 같은 연봉으로도 LG에서는 A등급이 됐다.
A등급과 B등급은 원소속팀이 받는 보상에서 차이가 크다. 선수로 보상을 받는다면 A등급은 20인 보호명단 외 1명, B등급은 25인 보호명단 외 1명을 받는다. 이 5명 차이가 자신의 몸값 형성에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 것까지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해 여름, LG가 2루수를 강력하게 원했다. 키움과 LG는 정찬헌과 서건창을 맞바꾸는 일대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 키움은 안우진과 한현희(현 롯데 자이언츠)가 원정 숙소 이탈과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고 있던 상황이라 투수가 절실했다. 서건창과 정찬헌은 광주일고 친구 사이인데 트레이드로 운명이 바뀌었다.
이렇게 두 차례 FA를 뒤로 미루고 뜻을 이루지 못한 서건창은 결국 2023년 시즌을 마치고 팀에서 방출됐다. 에이전시 측에 따르면 선수가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고. 새출발에 대한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단 지금까지는 실질적 친정팀인 키움이 서건창에게 강하게 구애를 보냈다는 사실만 부각됐다. 서건창 측에 복귀를 제안한 뒤 계속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KIA는 주전 2루수 김선빈과 FA 재계약을 맺었던 만큼 서건창의 고향 복귀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김선빈과 서건창은 1989년생으로 동갑이다. 김선빈은 3년 총액 30억 원(인센티브 6억 원 포함)에 KIA에 남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서건창이 KIA를 선택했다. 전격 고향 복귀로 다시 한 번 부활에 도전한다. 서건창은 선수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았고, KIA는 그런 서건창에게 손을 내밀었다.
KIA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서건창 선수가 팀 내 젊고 유망한 내야수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이번 영입을 결정했다"고 영입 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어서 "김선빈 선수와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며, 고향팀에서 부활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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