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달동안 불방망이를 뿜어낸 LG 정성훈. 정작 그 자신은 '메뚜기도 한철' 운운하지만, 그의 변화된 상승세는 여름이 되면서 더욱 뜨겁게 불타오를 전망이다. |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하지 않았나. 지난 한 달 동안 페이스가 굉장히 좋았지만 이제 떨어지는 시점이니까 큰 기대하지 말아 달라.”
4월개막과 함 프로야구 께 야구계를 후끈 달궜던 한 선수가 있다. 바로 ‘신개념 4번 타자’로 불리는 LG 정성훈(32)이다. 야구를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4번을 치지 않았던 그가 올해 처음 4번 타자로 변신해선 연일 불망망이를 휘두르며 홈런 선두를 달리자 시즌을 전망했던 야구 전문가들은 물론 기자들마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5월 8일 정성훈과 함께 홈런 1위에 올랐던 넥센의 강정호(10개)가 홈런을 추가하면서 정성훈은 현재 3위(2위 최정)로 내려앉았지만 그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여전히 뜨겁다 못해 데일 정도다. 이에 대해 정성훈은 ‘메뚜기도 한철’ 운운하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했다.
정성훈의 별명은 ‘4차원’과 연결돼 있다. ‘똘끼’ ‘정성병자’ 등으로 대변되는 그는 인터뷰할 때는 말수도 적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스타일이지만 야구장에 들어서면 몸 개그는 물론 다양한 쇼맨십으로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한다. 인터뷰하는 걸 제일 싫어한다는 정성훈은 ‘미투데이’ 인터뷰에선 예의 솔직함과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기자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미투데이’ 팬들이 보내준 질문을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성훈은 홈런 타자가 아니다!
NO_44머도남, NeoHope, 첫눈, yst5044, 환탱
-요즘 정성훈 선수를 보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생애 처음으로 4번 타자를 맡았다는 사람이 한때 홈런 1위를 내달렸으니 말이다.
“스프링캠프 마지막 날에 김기태 감독님으로부터 4번을 치게 될 거라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감독님이 평소에 농담을 자주 하셔서 단 1%도 진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농담이 아니었다. 순간 큰일났다 싶었지만 팀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 못하겠다고 말씀드릴 수 없었다. 그때부터 다른 팀 4번 타자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내가 제일 후졌더라. 다들 체격도 크고 장타고 시원하게 날리는데, 난 장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체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뭐 하나 나은 점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시범경기 동안 내 타격을 하지 못하고 자꾸 오버스윙을 하게 되더라. 그래서 시즌 개막 전부터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타격을 하자라고 마음먹었다. 팀배팅도 해주고, 포볼 나갈 때 나가주고, 하다 보면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KSB, 배드울프, 뿅뿅뿅
-팬들 중에는 ‘혹시 약 먹은 거 아니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해 홈런이 10개였는데 올해 벌써 8개째를 기록하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약 먹었으면 내 덩치가 이렇게 왜소하겠나?(웃음) 나도 초반에 이렇게 좋은 페이스를 보인 적이 없어서 솔직히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마 김무관 타격 코치님으로부터 타격폼을 수정 받고 그 코치님의 지도를 믿고 따라가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프로 생활 올해로 14년차이다. 오래 하다 보니 타격에 사이클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잘한다고 우쭐해 하지 말고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LGV3, yst5044, 부산사나이, babo20000
-2005년 현대 시절에 홈런을 17개 쳤었다. 올해, 그때보다 더 많은 홈런 개수를 예상해도 되겠나.
“글쎄, 만약 우리 홈구장이 잠실이 아닌 수원야구장이었다면 20개 정도는 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잠실에선 그 정도의 홈런을 치기가 힘들다. 8개 중에서도 잠실에서 친 홈런은 겨우 2개뿐이다. 지금 상황에서 홈런 몇 개를 치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박찬호를 상대로 첫 홈런을 때려낸 정성훈. 박찬호배 야구대회에서 첫 만남을 가진 후 그의 마음 속 우상으로 자리 잡았던 선배를 한국 마운드에서 만났다는 사실에 그는 제대로 긴장했고, 즐겁게 야구했다고 말한다.(사진=LG트윈스) |
박찬호와의 남다른 인연
1211rose, 124danny
-8개의 홈런 중 가장 의미있는 홈런은 어떤 것인가.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아무래도 한화전에서 박찬호 선배를 상대해서 때린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홈런은 박찬호 선배가 한국 마운드에서 처음으로 맞은 홈런이었다. 그래서 죄송하기도 했다. 97년인가, 98년인가 제1회 박찬호배 야구대회가 열렸었는데 그때 내가 학교 대표로 뽑혀서 그 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 중이었던 박찬호 선배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멀리서 바라보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박찬호 선배와 타석에서 맞붙은 것이다.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타석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그런데 홈런을 친 것이다. 그것도 역전 홈런을. 박찬호 선배한테 죄송했고, 개인적으로는 팀에 도움이 되는 홈런을 쳐 기분 좋았다.”
-그 다음날 류현진 선수를 상대로 해서 또 홈런을 쳐냈다.
“내 생각에는 청주구장이라 홈런이 나온 것 같다. 만약 잠실이었더라면 장타를 칠 생각조차 안했을 텐데 청주는 다른 구장보다 잘 넘어간다는 생각에 외야플라이를 치겠다고 한 게 홈런으로 이어졌다.”
LGV3
-4번 타자라는 데 대한 부담이나 중압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
“‘내가 중심이다’, ‘내가 4번타자다’ 라는 생각을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편하게 무심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그렇게 하면 야구를 더 잘한다는 속설도 있다. 아무 생각 안 하려고 노력 중이다.”
FA? LG에 남고 싶지만...
justinpro, 남뉴, chubang
-올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생애 두 번째 FA가 되는데, LG팬들은 정성훈 선수가 LG에 남을 것인지의 여부에 관심이 크다.
“LG가 날 원한다면 당연히 남는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제안이 들어온다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니겠나.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게 가장 곤란하다(웃음).”
smileking, 무적엘지화이팅
-강정호 선수랑 홈런 선두를 달리다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강정호 선수의 홈런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 잘친다’라고 생각했다. 난 홈런왕 스타일이 아니다. 어차피 1위에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홈런 선두 자리에 대해 별다른 욕심을 내지 않았다. (강)정호는 광주일고 후배이다. 학교 때도 잘 치는 선수였고 넥센에서도 잘 하는 걸 보고 왔기 때문에 나랑은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 정호 나이 정도 되면 그 정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웃음) 나도 정호 나이 때는 비슷한 성적을 낸 것 같은데…, 아니다. 정호보다 못했다(웃음). 참, 정호 별명이 ‘목동의 나훈아’인데, 정말 별명 하나는 잘 빠진 것 같다(폭소).”
정군
-강정호 선수가 홈런을 쳤을 때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띠었다. 홈런을 의식해서 한 행동 아니었나.
“전혀 아니다. 지금은 3루수로 복귀했지만 그때는 지명타자 신분이라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계속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정호가 홈런 칠 때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고 해설하시는 분이 “강정호 선수가 홈런을 치니까 정성훈 선수가 바로 몸을 푸네요”라고 말씀을 하신 것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4번타자가 아니라 4번째 타자다’라고 말한 게 기억난다. 너무 자신감없는 대답으로 들렸다.
“내가 아는 4번 타자는 장타를 치고 그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해결사 역할을 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난 그런 일을 할 만한 선수가 아니다. 좌타자 위주의 팀에서 특별한 우타자가 없다 보니 내가 4번을 치게 됐고, 그래서 4번이 아닌 4번째 타자라고 말한 것이다. 진정한 4번 타자가 되려면 3,4년 뛰어보고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4번 타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야구축구사랑
-그렇다면 정성훈 선수가 선호하는 타순은 몇 번인가.
“작년에는 1번을 쳤었다. 1번이 생각보다 재밌더라. 어렸을 때는 주로 3번, 5번, 6번을 많이 쳤다. 그런데 가장 해보고 싶은 타순이 2번이다. 작전이랑 팀배팅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타순을 생각하면서도 4번은 단 한 번도 떠올려보지 않았다.”
또르쥐
-5월 10일 넥센전에서 오랜만에 3루수로 나왔다가 처음부터 실책을 저질렀다.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수비를 하다 보니까 익숙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목동구장의 내야 잔디가 조금 바뀐 터라 바운드가 좀 더 튀었고 그에 대한 내 반응 속도가 느렸다고 본다. 몇 게임 더 치르고 나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3루수가 인정하는 3루수? 정성훈은 SK 최정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
“난 최정을 좋아한다!”
72ojlee
-3루수는 민첩성과 장타력을 중요시한다. 장타가 있는 이대호와 민첩성이 돋보이는 조동찬 중에서 어떤 선수가 더 유능한 3루수라고 생각하나.
“난 최정 같은 3루수를 좋아한다. 수비도 좋고 장타도 있고, 골고루 좋은 조건을 갖춘 선수이다. 내가 봤을 때 앞으로 10년 동안 대표팀의 3루를 최정이 책임질 것 같다. 솔직히 난 박석민의 팬이다. 야구장에서 보이는 그의 플레이가 너무 좋다. 박석민 때문에 내가 많이 묻힌 면도 있다. 그래도 난 그가 좋다.”
으잉
-아직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경험이 없다. 올시즌 수상하게 된다면 3루수와 지명타자 부문 중 어느 것을 받았으면 좋겠나.
“난 상 받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싫다. 왜냐하면 그런 상을 받으면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싫다. 이런 일도 있었다. 2006년 시즌 마치고 혼자 생각으로는 3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을 내가 할 것 같았다. 당연히 내가 받을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러 갔다. 상 안 받으려고 시상식이 열리기 전에 훈련소에 입소했다. 같은 팀에 있었던 이택근한테 대신 수상해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훈련 마치고 나와 보니까 내가 아닌 이범호가 받았더라. 골든글러브는 정규시즌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까지 모두 참고해서 선정하는 탓에 그 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한화 이범호한테 골든글러브가 돌아간 것이다.”
-황당했겠다.
“전혀. 어차피 받았다고 해도 난 인터뷰 안 했을 테니까 상관없다.”
fineplus_g, 동파사마, 무리수개그, aimera
-다른 건 몰라도 보호대 색깔이 정말 튄다. 노란색, 핑크색을 주로 사용하고 있지 않나.
“원래 노란색을 좋아한다. 노란색 보호대를 2년 정도 썼다. 이번에 변화를 주기 위해 핑크색으로 바꾸려 했는데 용품을 맞추는 가게에서 나온 보호대를 보니까 내가 원하는 핑크색이 안 나와서 다시 노란색으로 바꿨다. 사복은 깔끔하게 입는 편인데, 이상하게 보호대만큼은 튀는 걸 좋아한다. 이런 스타일이다보니 프로 첫 팀이었던 해태(KIA)에서 얼마나 부대끼고 힘들게 생활했겠나. 결국엔 현대로 트레이드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춘홍이
-백넘버에 얽힌 사연이 궁금하다.
“원래 5번이 내 등번호였다. 그런데 해태에서 현대로 오니까 그 5번은 이미 선배 등에 걸려 있었다. 남아 있는 번호가 16번이었고, 그때부터 16번을 달기 시작했다. 숫자 ‘5’는 어머니가 좋은 숫자라고 강조하셔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사주에 ‘5’란 숫자가 행운을 안겨주는 숫자라는 것이다. 지금 LG에선 김용의 선수가 5번을 달고 있다.”
나혼자, 엘지걸, 완소앙일남, jjong820, 귤
-응원가가 참으로 다양하다. 왜 이렇게 응원가를 자주 바꾸는 건가?
“내가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 노래를 듣다가 꽂히면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타석에 들어서면 절로 기분이 업 되는 것 같다. 현대 시절 때는 응원가를 더 자주 바꿨다. 가장 기억나는 응원가는 ‘내가 제일 잘 나가’이다. 나한테 딱 어울리는 응원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제목대로 잘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HIRO, 동진1103
-가끔 선발 타순에 상관없이 시구할 때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 팀의 1,2,3번이 모두 좌타자이고 그 다음이 우타자인 내 순서다. 난 징 스파이크를 못 신어서 플라스틱 징으로 된 스파이크를 신는데 이게 땅이 잘 파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시구할 때 일부러 시타를 고집하는 것이다. 미리 나가서 땅을 골라 놓고 경기할 때 타석에 들어서면 편하게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징 스파이크를 못 신는 사연이 궁금하다.
“스무살 때 징 스파이크를 신고 수비하다가 넘어지면서 발을 접지른 적이 있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징 스파이크를 신은 적이 없다.”
오는 12월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할 것이라고 고백하는 정성훈. '나쁜남자' 정성훈을 착한 모드로 변모시킨 '그 여인'은 동갑내기 이진영의 아내 후배라고 말한다.(사진=LG트윈스) |
12월 중순이면 난 ‘품절남’
정성훈은 오는 12월 15일 또는 16일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느닷없이 고백을 한다. 날짜를 못 박은 건 처음이라고 한다. 상대는 동갑내기 이진영 아내의 후배이고 부산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식사하는 자리에서 우연히 만났다가 2년간 연애를 했고 ‘나쁜 남자’ 스타일이었던 정성훈을 여자한테 잘하는 남자로 변모시킨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자랑한다.
지난 5월 8일, 넥센 김병현이 1군 무대에 첫 등판을 했다. 순서대로라면 정성훈이 첫 타자로 나가야 했다. 그때 김기태 감독이 정성훈한테 “너 칠래?”하고 물었고, 정성훈은 “바꿔주십시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정성훈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박찬호 선배님이 등판했을 때 두산 이종욱이 인사하고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병현 형이랑은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라 내가 나가면 허리를 90도로 꺾어서 인사해야 할 판이었다. 그게 고민이 됐다. 더 솔직한 이유로는 병현 형 공을 치기 어렵다는 걸 고등학교 시절 같이 연습하면서 이미 터득한 터라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바꿔달라고 했더니 일고 후배인 (이)대형이가 나가더라. 타석 들어가기 전에 병현 형한테 인사하라고 말했는데, 대형이는 인사 안 하고 그냥 안타를 쳤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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