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고양 원더스 트라이아웃 현장은 '야구 열정+절박함'의 동의어

라데츠(radetz) 2012. 9. 17. 14:45

 

많은 선수들이 우중에도 꿈을 위해 고양 트라이아웃에 참가를 하고 있다.

 

17일 오전 고양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 형형색색 가지각색의 야구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두산, 삼성, SK 등 프로구단 로고도 눈에 띄었고, 미국 메이저리그 팀의 모자를 쓴 이들도 많았다. 오랜만에 만난 듯 "반갑다. 또 보네", "전화번호 바뀌었어?" 라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등 곳곳에서 삼삼오오 이야기꽃이 피었다. 굵은 빗줄기가 내리는 가운데 라커룸에 대기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이들의 얼굴 한켠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선수들은 국내 유일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만 18세(94년생) 이상, 대한야구협회 선수등록 6년 이상인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점검하고, 채 못이룬 꿈을 펼치기 위해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공포의 외인구단'의 문을 두드렸다. 이 자리에 참가한 선수들은 한때 '야구 선수'로 불렸지만 야구의 꽃인 프로 무대 진출에 실패했거나 한차례 프로의 높은 벽에 부딪혀 쓴 맛을 본 적이 있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그만큼 이 테스트의 장이 절실했고, 간절했으며 각자의 가슴 속에 한 서린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쏟아진 장대비 탓에 선수들은 장소를 인근 우리 인재원 실내구장으로 옮겨 기량을 점검받았다. 선수들은 19일까지 테스트 받게 된다.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감출 수 없다"

이날 트라이아웃에 나선 101명의 선수들에겐 101가지의 사연들이 있었다. 투수 부문에 도전한 이한조(21)는 고등학교 시절 야구가 하기 싫어 자퇴를 결심했다. 현재 학력은 고등학교 중퇴다. 학교를 그만 둔 뒤 3년간 안해본 일이 없다. 요즘은 낮에는 막노동, 밤에는 호프집 서빙을 한다. "고등학교 갑자기 야구가 지긋지긋해서 그만 두고, 이름도 바꿨다. 1년간은 참 좋았는데 그 이후 후유증이 오더라. 생활고를 겪었고, 야구에 대한 열망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사회인 야구를 하며 야구에 대한 갈망을 채워왔다"며 "야구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풀고 싶다. 고양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용성(25)은 지난 2006년부터 3년간 두산에서 뛰다 방출됐다. 이후 현역으로 군대를 갔다가 지난 1월 제대했다. 이날 두산 유니폼을 입고 트라이아웃에 나선 김용성은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절실함이 부족해 실패했다. 지금은 다르다.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갈망을 느낀다"고 자신을 되돌아봤다.

양송영(25)은 고등학교 때 부상 탓에 유급을 해 4년만에 졸업했다. 그 부상 탓에 프로 입단의 기회도 물거품이 됐다. 군대를 다녀온 뒤 현재는 초등학교 팀 코치로 있다. 그는 "한번이라도 어떤 팀에 소속된 선수가 되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고양 원더스, '절박함'과 동의어

투수 박철우(21)는 지난해 트라이아웃에 합격해 팀원들과 훈련을 하다 부상을 당해 하차했다. 이날 다시 고양 원더스 트라이아웃에 나선 그는 "고양 원더스는 매력이 있는 팀이다. 김성근 감독님의 훈련은 정말 힘들다. 그런데 매력이 있다. 지난해 함께 뛰었던 선수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힘들기는 하지만 야구에 대한 재미와 열정이 되살아난다 하더라.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양송영은 "고양 원더스는 절박한 사람들이 모인 팀이다. 여기서 뛰다가 꿈을 이룰 수도, 못 이룰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팀에서 한번 뛰어 보는 것은 야구 선수로서 성공여부를 떠나 인생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 원더스는 올해 5명의 선수를 프로 무대로 진출시켰는데, 이런게 도전 의식을 높인다고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