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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LG 박용택은 '찬물택'인가?

라데츠(radetz) 2012. 10. 10. 23:01

 

 

올 시즌 가장 정확한 타격 솜씨를 보여준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이다. 김태균은 시즌 후반까지 4할 타율에 도전하는 등 꾸준히 고감도 방망이를 휘두른 끝에 3할6푼3리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했다.

득점권 타율로 상황을 좁혀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 시즌 득점권 타율 1위는 LG 트윈스의 박용택이다. 박용택은 올 시즌 4할1푼6리(113타수 47안타)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자신의 시즌 타율 3할5리(499타수 152안타)보다 무려 1할 이상 높은 타율이다.

◆'찬물택' 편견 깨고 '용암택'으로 진화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박용택에게 물었다. 그는 웃으며 "찬물택, 찬물택 그러니까 성질 나서 더 집중해서 치는 거지 뭐"라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찬물택'은 찬스에서 찬물을 끼얹는다는 의미의 달가울 수 없는 박용택의 별명이다.

박용택도 자신이 찬물택이라고 불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에 대해 박용택은 "팬들은 나나 (이)병규 형이 나가면 꼭 쳐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찬스에서 잘 친 기억보다 못 친 기억이 더 팬들의 머릿 속에는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상 박용택은 '찬물택'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찬스에 약한 타자가 아니다. 물론 득점권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시즌도 있었다. 득점권 타율이 2008년에는 1할9푼1리였고, 2006년에도 2할3푼6리에 그쳤다.

하지만 2005년에는 3할5푼3리로 득점권 타율 1위를 자랑했다. 득점권 타율 1위를 차지한 것이 올 시즌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2009년에도 4할2리로 전체 2위에 오르는 등 통산 득점권 타율도 3할6리에 이른다.

올 시즌 박용택은 '용암택'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용암이 분출하듯 득점권에서 폭발적인 타격을 펼친다는 뜻이다. 득점권 타율이 별명의 이유를 설명해준다. 소속팀 LG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빛이 바랬지만 박용택의 올 시즌은 나쁘지 않았다.

박용택 스스로는 올 시즌을 "크게 아쉽지도, 만족할 수도 없는 시즌"이라고 평가한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다. 그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 아쉬우면 아쉬운 대목. 역시 그의 가장 큰 아쉬움은 하위권 7위에 그친 팀 성적이다.

◆사령탑의 믿음으로 다시 낀 외야글러브

올 시즌은 박용택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박용택은 "오랜만에 힘들지 않은 시즌이었다"고 말한다.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수비를 할 수 없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의 영향이 컸다.

박용택은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야구 할 맛도 나는 법"이라며 "김기태 감독님은 내 능력에 믿음을 주셨다"고 김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박용택의 어떤 능력을 믿었던 것일까.

지난해 박용택은 지명타자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체중까지 불리며 홈런타자로 변신을 시도한 것.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외야 수비 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수비를 못 맡으니 어쩔 수 없이 지명타자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박용택은 주로 외야수로 출전했다. 김기태 감독은 "(박)용택이 수비가 잘 하는 수비"라며 믿음을 표시했다. 박용택도 특유의 넓은 수비범위에 약점으로 지적받던 송구 능력까지 나아진 모습을 보이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여전히 어깨를 다치기 전만큼의 송구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박용택의 설명이다.

박용택은 "(어깨가) 더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올 시즌에는 비웃음거리가 될 정도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자평한다. 내년에는 보통 외야수 정도의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엔 전경기 출전 노린다

박용택은 신인이던 2002년 LG의 마지막 가을잔치를 경험했다. 이후 10년이 흘렀고 그 사이 LG는 '10년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팀'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해왔던 박용택에게는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말이다.

박용택은 "팀 성적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현실이고 내 능력, 팀의 능력이 거기까지밖에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 시즌 수확한 점이 있다는 것도 분명히 말했다. 핑계거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박용택은 "전에는 이건 이래서 그렇다, 저건 저래서 그렇다 하고 핑계를 대는 분위기였는데 올 시즌에는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내년 시즌을 앞둔 각오도 들어볼 수 있었다. 박용택은 "올 시즌에는 막판에 옆구리를 다쳐서 6경기 결장을 했다"며 "내년에는 아파서 빠지는 경우가 없도록 몸 관리를 잘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