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KT 통합우승 뒷이야기…“박경수 홈런공 찾았습니다”

라데츠(radetz) 2021. 11. 21. 19:34

 

프로야구 KT 내야수 박경수(37)는 한국시리즈서 현역 시절 내내 꿈꿔온 소망을 모두 이뤘다. 프로 19년 차에 처음 밟은 한국시리즈 무대서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까지 경험했다.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돼 영예까지 안았다. 그리고 3차전서 날린 홈런공도 마법처럼 돌아왔다. 박경수는 21일 “진심으로 감사합니다”고 전했다.

박경수는 지난 17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3차전서 아치를 그렸다. 한국시리즈 데뷔 첫 홈런이자 KBO리그 역대 4번째 최고령 기록이었다. 박경수뿐 아니라 팀에 의미 있는 공인만큼 홍보팀 이진우 대리가 곧장 관중석을 찾았다. 그런데 타구를 잡은 야구팬이 소장을 원했다. 해당 팬은 홈런공을 잡기 위해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매 경기 외야석을 예매했다. 직원은 다른 기념품과 교환을 제안했지만 팬의 의지도 강했다.

빈손으로 돌아선 이 대리는 하루 뒤 박경수에게 해당 소식을 전했다. 박경수가 3차전서 부상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타이밍이 마땅치 않았다. 박경수는 “4차전(18일) 당일 출근한 뒤 첫 홈런공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첫 한국시리즈 홈런이기에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팬도 한국시리즈에서 본인이 직접 잡은 공이 의미하는 바를 알기에 정말 괜찮다고 했다”고 웃었다.

몇 시간 뒤 반전이 일어났다. 더그아웃 근처에 머물던 투수 소형준이 급하게 이 대리를 찾았다. 홈런공을 소장하겠다던 팬이 공을 전하겠다고 한 것. 한국시리즈에서 그간의 한을 풀던 박경수가 부상을 당하자 마음을 바꿨다. 위로의 마음을 홈런공으로 전하겠다는 의미였다. 해당 팬과 논의 끝에 강백호의 야구용품을 전달하기로 하고 박경수의 홈런공을 회수했다.

박경수는 “4차전 직전 행복하게 공을 들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 배로 기뻤다. ‘오늘은 무엇을 해도 되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며 “힘들게 잡은 공이지만 어려운 결정을 고심 끝에 해준 관중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합우승과 MVP, 그리고 홈런공도 마법처럼 그의 품에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