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째 우승주 못 꺼낸 LG, 올 시즌에는 우승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 '5강' 후보로는 만장일치 예상…"선수만 보면 당연히 우승 멤버"
-다른 팀에 비해 약한 국내 선발진, 좌타자에 편중된 타선이 해결 과제
-승부처만 되면 무너지는 'LG병' 극복해야...1990년대 멋쟁이 도련님이 보고 싶다
28년 묵은 우승주, 올해는 꺼내 마실 수 있을까.
LG 트윈스는 올시즌 강력한 3강 후보로 거론된다. 2019년부터 3년 연속 가을야구의 맛을 봤고 지난 시즌엔 막판까지 1위 경쟁도 펼쳤다. 오프시즌 전력누수는 거의 없었고, 박해민이라는 리그 최고의 대도 겸 외야수가 합류해 짜임새가 생겼다. 이제는 우승할 때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스포츠춘추가 개막을 앞두고 순위 에상을 요청한 방송 해설위원들도 6명 전원이 LG의 5강 진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우승후보로 예상한 해설위원은 1명뿐이었다.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지고 작년 전력에서 큰 플러스가 없는 KT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것과 비교된다. 해설위원들은 하나같이 'LG가 올해는 할 때가 됐는데…'라면서도 '1강'으로 분류하긴 주저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임찬규-이민호의 3-4선발, 우타자 채은성-송찬의의 활약이 중요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약점은 국내 선발진이다. 케이시 켈리-아담 플럿코의 원투펀치는 수준급이나 국내 선발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임찬규가 3선발, 이민호가 4선발, 임준형 등 젊은 투수들이 5선발 자리를 나눠 맡는 게 현재 LG의 구상. 꼴찌 한화도 있는 규정이닝 국내선발이 LG만 없다.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강팀이 되려면 국내 선발진이 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위원은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승리하려면 선발진이 중요하다. 상대와 선발 싸움에서 이길 확률을 높여야 한다"면서 "외국인 투수 둘을 제외하고 국내 선발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지 봐야 하는데, 대표적인 팀이 바로 LG"라고 지목했다.
이 위원은 "LG가 불펜만 보면 다른 어느 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선발진은 그렇지 못하다. 임찬규, 이민호 등이 나와서 5인 선발진이 갖춰진 팀과 1대 1로 붙었을 때 확실하게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그래서 우승후보를 예상할 때 LG가 먼저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찬규, 이민호 가운데 하나라도 잠재력을 터뜨려 국내 에이스 역할을 해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위원은 "만약 두 선수 중 하나만 3선발 역할을 해주고 10승 이상 해주는 투수로 거듭난다면, LG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면서 "4, 5선발이 다소 약하더라도 강한 불펜과 박해민이 가세한 공격으로 끌고 가면 된다"고 내다봤다. 임찬규-이민호의 올 시즌 성적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김선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군 메인코치 2년째를 맞는 경헌호 코치의 역할을 기대했다. 김 위원은 "지난해 1군 코치로 첫 시즌이었는데도 단단한 투수진을 만들었고 체계적으로 관리를 잘했다. 팀 타선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투수 운영이 잘 이뤄진 덕분에 LG가 상위권에 오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지난해 LG를 보면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을 때 롱릴리프 투수들을 백업 선발로 돌려서 누수를 막는 운영을 굉장히 잘했다. 강한 불펜투수를 앞에다 붙여놓는 운영도 돋보였다"면서 "올해 경 코치가 두번째 시즌인 만큼, 지난해 1년간 했던 것처럼 약점을 잘 보완하고 관리하면서 우려를 지워가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한편 심수창, 심재학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타선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해 LG는 팀 OPS 0.710으로 전체 8위, 팀 득점도 654점으로 8위에 그쳤다. 마운드는 리그 최강인데 타선이 응답하라 1994 투고타저 시절 수준이다보니 승수를 쌓는데 한계가 뚜렷했다.
심수창 위원은 "지난해 타선이 너무 안 터지다 보니 투수들까지 영향을 받았다. 매번 경기 후반 타이트한 점수차에 올라오다 보니 투수들이 느끼는 압박이 컸을 것"이라며 외국인 타자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불행히도 LG 새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는 시범경기 10경기에서 31타수 6안타(2루타 1) 타율 0.194로 부진했다. 마지막 2연전 한화와 만나기 전까지는 거의 모든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심재학 위원은 "LG의 포인트는 우타자다. 우타자 쪽에서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심 위원은 "올해 각 팀 전력을 보면 1, 2선발급 중에 좌완투수가 꼭 한 명은 있다. 그런데 LG는 1번부터 9번까지 타순 구성상 왼손타자의 비중이 높은 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LG는 좌완투수 상대 팀타율 0.238로 전체 9위, 팀 OPS도 0.698로 8위에 머물렀다.
심 위원은 "4번타자로 나올 채은성이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시범경기에서 활약이 좋았던 송찬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프로 1군 경험이 없는 송찬의는 시범경기에서 홈런 6개로 리그 1위에 올랐다. 심 위원은 "단기간 성적이라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치들의 평가도 좋고, 배트 스피드나 자기만의 존을 설정하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부침은 있겠지만 시범경기만 반짝하고 끝날 선수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엄마 찾는 도련님 야구는 그만, 세련되고 여유있는 멋쟁이 도련님이 보고 싶다
선발, 타선 문제보다 더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는 따로 있다. 시즌 후반, 경기 후반 중요한 승부처만 되면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LG 특유의 고질병이자 불치병을 극복해야 우승을 말할 수 있다.
1위 싸움이 치열했던 작년 10월 LG는 10승 9무 10패로 반타작에 그쳤다. KT가 8승 4무 13패로 헤매는 사이 충분히 치고 올라갈 기회가 있었지만 기회를 날렸다. 시계 세리머니도 부담스러워서 못하는 팀 분위기로 순위가 걸린 중요한 경기, 우승을 판가름하는 클러치 게임에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1990년대 잘나가던 시절 LG 야구가 자신감, 세련미, 여유 넘치는 좋은 의미의 '도련님'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힘든 일 생기면 엄마부터 찾는 마마보이 도련님이 됐다.
LG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LG가 강팀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용감하게' 야구할 것을 주문했다. 이 위원은 "멤버만 보면 우승 멤버다. 중간투수 좋지, 마무리 좋지, 타선도 다른 팀에 뒤질 게 없다"면서 "좀 용감하게 야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LG는 이제 5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는 팀"이라며 "5강에 턱걸이해서 어렵게 가을야구를 할 게 아니라, 작년 KT나 과거 두산처럼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 다른 팀이 못 따라오게끔 앞서가서 안정권에 있어야 조금은 편안하게 가을야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2020년 NC, 2021년 KT가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한 데는 정규시즌 1위 어드밴티지가 결정적이었다. 충분한 휴식과 준비기간을 갖고 지친 두산과 상대했기 때문에 경험 부족과 첫 우승 도전의 부담감을 이길 수 있었다. LG 역시 고질병과 부담병을 극복하고 우승까지 가려면 '1위 독주'와 '한국시리즈 직행'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상훈 위원은 "LG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깨고 가야 한다. 무슨 세리머니를 하든 뭐 어떤가. 남이 뭐라든 신경 쓰지 말고 과감해져야 한다. 기존 선수들은 기대치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LG가 다른 결과를 내려면 새로운 얼굴 중에 확 튀는 선수가 나와야 한다. '미친 선수' 3명만 나오면 된다"고 힘줘 말했다.
심수창 위원도 비슷한 생각이다. 심 위원은 "LG는 페넌트레이스 순위가 중요할 것 같다. 3, 4위로 가을야구 턱걸이로 올라가서 보면 뒷심이 없더라. 선수들이 노력은 많이 하는데 아직은 마음처럼 잘 안 된다"면서 "과거 두산이 그랬던 것처럼 딱 한 번만 우승하면 그때부터는 강팀으로 쭉 갈 수 있다. 아직 우승의 맛을 못 봐서 그렇다"고 말했다.
LG를 우승후보로 예상한 김선우 해설위원은 최근 3년간의 가을야구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김 위원은 "이제 LG는 포스트시즌에 계속 나가는 팀이 됐다. 예전처럼 맥없이 무너지는 그런 팀은 아니다"라며 지난 3년의 경험이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길 기대했다. 인간적으로, 도의적으로, 상식적으로 이제는 LG가 우승할 때도 됐다. 2일에 2시 광주에서 열리는 KIA와의 개막전부터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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