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파이어볼러 레다메스 리즈(29)가 시즌 막판 반전 스토리를 쓰고 있다.
리즈는 5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 완봉패했지만 8이닝 9탈삼진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128개의 공을 던졌고 마지막 이닝에도 직구 구속이 155km 이상을 찍었다. 6회말 박석민을 상대로 던진 직구는 삼성 전력분석팀 스피드건에 162km로 기록됐다. 비록 투수의 구속은 비공인 기록이지만 이는 지난 시즌 리즈 본인이 세운 161km를 뛰어넘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 구속이다.
이날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과 불꽃 튀는 투수전 속에서 리즈는 완벽에 가까운 파워피칭을 선보였다. LG 전력분석팀 스피드건에 161km 직구가 다섯 차례나 찍힐 만큼 타자 입장에선 공포 그 자체인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안쪽에 꽂았다. 이승엽·박석민·최형우로 이뤄진 리그 정상급 클린업트리오도 리즈 앞에선 단 하나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 강속구를 커트하는 것도 버거워 보였고 몸쪽 직구에 스탠딩 삼진을 당하거나 크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인 채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비록 7회말 2사 3루에서 3루 주자 강명구의 홈스틸에 대비하지 못하고 당황해 피처보크로 결승점을 내줬다. 그래도 구위만을 놓고 봤을 때 리즈는 올 시즌 모든 경기를 통틀어 가장 힘 있는 투구를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리즈의 올 시즌은 부진과 불운으로 이뤄진 길을 달리는 롤러코스터처럼 흘러가고 있다. 스프링캠프 마지막날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로부터 마무리투수 전환 제안을 받았고 시범경기부터 마무리투수로 마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올 시즌 세 번째 등판에서 초유의 16연속 볼, 네 타자 연속 볼넷을 범하며 무너졌고 이후에도 제구력 난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시즌 개막 3주 만에 마무리투수 자리에서 물러났다.
5월 13일 잠실 삼성전부터 선발투수로 복귀한 리즈는 6월까지 두 달 동안 안정감을 되찾았다. 스스로 "마무리투수란 자리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 컨트롤이 흔들린 것은 심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밝힌 만큼 흔들렸던 제구력이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자마자 안정됐다. 그러나 리즈는 7월 선발 등판한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53을 기록, 또다시 제구력 난조에 시달리며 고개를 숙였다.
반전은 후반기에 시작됐다. 리즈는 8월 선발 등판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23으로 한 번 더 일어섰다. 제구력 외에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온 땅볼타구 처리, 퀵모션도 점점 발전했다.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리보다는 패배가 쌓여갔지만 8월 한 달 피안타율이 1할7푼5리에 달할 만큼 제구력이 가미된 강속구와 각도 큰 슬라이더, 스플리터 그립의 체인지업은 상대 타자들의 배트를 크게 벗어났다.
최근 리즈는 "드디어 감을 잡은 것 같다. 밸런스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며 시즌 초와는 180도 달라진 자신감을 드러냈다. LG 차명석 투수코치 역시 "리즈가 한 시즌 전체를 선발투수로 소화해 본 게 지난 시즌이 처음이었다. 올 시즌에는 시작을 마무리투수로 한 만큼 얼마든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고 리즈의 기복 원인을 전했었다.
실제로 리즈는 16살에나 정식으로 야구를 배웠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지만 변화구 컨트롤, 퀵모션, 수비 동작 등은 LG 유니폼을 입고 나서나 집중적으로 연마할 수 있었다. 비록 내년에 만 30세가 되지만 여전히 커다란 다이아몬드로 변할 수 있는 원석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가볍게 150km대 직구를 던지는 투수는 찾기도 힘들거니와 데려오기는 더 힘들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4일 리즈의 재계약에 대해 "시즌 초 마무리투수로 돌린 것은 감독인 내 책임이다. 이후 선발투수로 나왔을 때는 유난히 야수진이 도와주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한 시즌을 풀로 소화한 만큼 어느 정도 검증된 투수라고 생각한다"며 "될 수 있으면 내년에도 그대로 가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리즈는 2011시즌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1승 13패 평균자책점 3.88 퀄리티스타트 16회로 수준급 성적을 거뒀었다.
머나먼 도미니카 태생의 외국인 선수임에도 팀 동료와 관계가 돈독해 인성적으로 선수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김기태 감독 역시 리즈의 성격에 대해 "그동안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봤지만 이런 도미니카 선수는 정말 처음 본다"며 리즈의 성격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한다. 리즈가 남은 4, 5번의 선발 등판에서 8월부터 시작된 대반전을 이어간다면 2013시즌에도 LG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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