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NC가 8명의 남자를 택한 이유

라데츠(radetz) 2012. 11. 16. 23:09

 

 

NC 다이노스가 15일 오후 특별지명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기존 8개 구단의 보호선수 20인에서 제외된 1명씩의 선수를 장고 끝에 선택했다. ‘탁월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대체로 우세한 가운데, 한편에서는 ‘뜻밖의 선수들도 포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NC는 왜 이 8명의 선수를 선택했을까. 공룡군단의 새로운 일원이 된 8명의 남자들을 한 명씩 살펴보자.

 

1. 삼성 김종호
외야수 | 2012년 67경기 246타수 77안타 26도루 타율 .313 (퓨처스리그 성적)

 

이번 지명에서 가장 ‘의외의 선택’이란 평이 나온다. 즉시전력감 선수가 즐비한 삼성에서 왜 이름도 성도 모를 선수를 택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있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은 선수 중에 1군급은 노장 내야수와 부상 위험이 큰 불펜 투수, 백업 내야수와 백업 포수 정도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락세인 노장 선수를 데려오는 건 삼성의 고민해결을 도와주는 격일 수 있고, 최대치가 1군 백업인 선수를 데려와서는 내년 시즌 즉시전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 외의 2군 유망주들은 NC가 보유한 신인급들과 비교할 때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보다는 확실한 장점을 가진 호타준족 외야수 김종호를 영입해 차세대 톱타자 후보군을 강화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호의 지명이 의외로 보이는 건, 단지 소속팀이 삼성이기 때문에 생긴 착시효과일 수 있다.

 

아직까지 1군에서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뒤 1군 경험 없이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돌아온 뒤에도 지난 2년간 24경기 3안타에 그치며 1군에서 기회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만큼은 펄펄 날았다. 2010년에는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3타수2안타 1홈런 4타점으로 MVP에 올랐고, 올해도 3할 타율에 26도루로 활약했다. 스피드만큼은 삼성 팀내에서도 강명구, 조동찬 못지않게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컨택트 능력과 이따금씩 중거리포를 때려내는 갭 파워(gap power)도 갖췄다. 과거 이종욱이나 이용규 등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발빠른 컨택트 히터는 소속팀을 떠난 뒤에 뒤늦게 잠재력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 한 스카우트는 “파워가 아주 뛰어난 선수, 발이 매우 빠른 선수는 다른 팀에 쉽게 내줘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 7년차로 이제는 야구에 눈을 뜰 만큼 충분한 경험치가 쌓였다는 점도 기대를 걸게 한다. 과거 상무에서 지도한 박치왕 감독은 “매우 착실하고 훈련태도도 좋아서 나무랄데 없는 선수”라며 “NC에서 아주 좋은 선택을 했다”고 평했다. 올 시즌 김경문 감독과 NC가 퓨처스리그에서 삼성전을 치르면서 꾸준히 눈여겨본 선수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에도 발빠른 야수를 과감하게 기용해서 스타로 키워낸 사례가 많다. 김종호가 내년 시즌 깜짝 놀랄만한 활약을 펼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2. SK 모창민
내야수 | 2012년 15경기 32타수 8안타 1홈런 타율 .250

 

‘알폰소 모리아노’라는 별명처럼 툴(tool)만큼은 타고났다. 큰 키에 빠른 발, 강한 어깨, 파워를 두루 갖췄다. 수비에서도 1루와 3루를 모두 커버하고, 좀 무리하면 2루수와 유격수도 소화할 수 있다. 과거 김성근 감독이 SK 시절 입단 초기부터 꾸준히 1군 기회를 주면서 키우려고 했지만, 더딘 성장세를 보이다가 2010년을 끝으로 상무에 입대했다. 상무에서는 ‘A-로드’로 거듭났다. 왔다갔다 하던 포지션이 3루로 고정되고 중심타선에 꾸준하게 기용된 결과, 자신감 넘치는 스윙을 하는 거포로 탈바꿈했다. 올 시즌에도 타율 4위, 홈런 2위, 타점 4위 등 거의 타격 전부문에서 상위권을 휩쓸면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고, 제대 후에는 바로 1군 엔트리에 합류해 포스트시즌 무대까지 경험했다. 시즌 뒤에는 해외 마무리훈련까지 포함될 정도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였다는 점에서, 20인 보호선수에서 제외된 것은 다소 의외인 부분도 있다.

 

NC에서 모창민이 어떤 포지션을 맡을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확실한 주전이 없는 3루가 유력하다. 하지만 모창민의 영입으로 기존 3루 요원들은 물론 1루수 조평호도 바짝 긴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NC의 고민 중 하나인 유격수로 전향할 수도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설령 기대처럼 20-20 타자로 성장하지 못하더라도, 최소 ‘슈퍼 유틸리티’는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영입이 될 수 있다. 많은 ‘노망주’들이 뒤늦게 재능을 터뜨리는 나이(27세)라는 점도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확실한 1군급 선수가 되려면 타격이나 주루플레이, 수비에서 좀 더 세밀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툴에 비해 ‘스킬(skill)’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여전히 나온다.


3. 롯데 이승호

투수 | 2012년 41경기 48.2이닝 2승 3패 1홀드 평균자책 3.70

 

지난해를 앞두고 4년간 총액 24억원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롱릴리프와 마무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투수로 롯데의 좌투수 약점을 해소해줄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어깨 통증으로 인한 구위 저하와 투구밸런스 문제로 시즌 내내 고전했다. 이승호는 빠른 볼의 위력이 살아나야 제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또 좋을 때는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찔러넣을줄 알지만,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는데 애를 먹는다. 올해도 피안타율은 2할대 초반으로 준수한 편에 속했지만, 삼진(27)보다 많은 볼넷(35)에서 드러나듯 컨트롤이 좋지 못했다. 이에 롯데에선 젊은 투수들과 내야수 자원들을 지키기 위해 이승호를 20인 명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어깨 통증이 남아있다는 점, 올해 극도로 부진했다는 점, 고액 연봉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NC가 지명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올해는 부진했지만, 이승호는 건강하기만 하다면 불펜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며 감독의 투수진 운용을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투수다. 좌완 투수이지만 우타자를 공략할 무기도 갖고 있고, 원포인트를 넘어 긴 이닝을 던지는 역할까지 가능해서 활용도가 높다. 또 마무리투수를 찾아야 하는 NC 입장에서는 창단 첫해 마무리를 맡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른 팀에 비해 베테랑 투수가 부족한 NC에서 산전수전은 물론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한 이승호는 투수진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아름다운 시나리오는 이승호의 '건강'이 전제되어야 한다.


4. 두산 고창성
투수 | 2012년 21경기 15.2이닝 3승 2패 3홀드 평균자책 8.62

 

김경문 감독이 두산 시절 불펜 필승조로 활용했던 사이드암. 체인지업과 싱커 구사 능력이 뛰어나서 주자있는 상황에서 범타를 곧잘 유도했다. 2010년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 이슈도 해결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허벅지 부상과 투구밸런스 문제가 겹치면서 하향세를 보였고, 올 시즌에는 1군에서 15.2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시즌 중 터진 'SNS 사건' 이후에는 주로 2군에 머물렀다. 여기에 신인 사이드암 변진수가 폭발적인 구위를 뽐내며 주전 자리를 굳히면서 결국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NC에서도 고창성은 중간에서 1~2이닝을 막아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1군 기록은 적었지만, 2군에서는 등판경기마다 2~3이닝씩을 던지면서 여전한 이닝 소화력을 보였다. 몸 상태가 베스트는 아니지만, 역회전성 공의 무브먼트가 좋고 경기경험이 풍부해서 아직도 충분히 제몫은 해낼 수 있다. 김경문 감독이 장단점을 잘 알고있는 만큼 적재적소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NC에서의 새출발이 심기일전해서 부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NC에는 이창호, 정성기, 신인 윤강민 등의 사이드암 투수가 있긴 하지만 1군 경쟁력은 미지수다.


5. KIA 조영훈
내야수 | 2012년 89경기 230타수 46안타 6홈런 36타점 타율 .200

 

올 한해만 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아마추어 시절 국가대표 4번타자로 활약했고, 삼성에서도 입단 이후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성장세가 느렸다. 경찰청 입단 이후 일취월장한 타격 능력을 선보이며 다시 한번 '혹시나' 했지만 삼성의 1루 경쟁에서 승리할 만큼의 경쟁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결국 올해 시즌 중에 KIA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고, 이번에는 다시 NC로 소속팀을 옮기게 됐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신체조건에 좋은 툴을 지닌 타자다. 배팅파워가 좋고 1루수인 점을 감안하면 주루능력도 나쁘지 않다. 여기에 송구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코너 외야수로도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1군에서는 타격 정확성과 선구안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했고, 그 결과 '서른살까지 (주전) 못해본 남자'로 남았다. NC에서는 1루와 지명타자 자리를 놓고 조평호, 이명환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지명 이전에도 김경문 감독은 "1루수 조평호의 경쟁자를 영입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NC에 나성범 외에는 왼손 파워히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조영훈이 5번이나 6번에서 장타를 때려내면, 우타자 위주의 라인업이 한층 짜임새를 갖게 된다. 터질듯 터질듯 하면서도 끝내 터지지 않았던 조영훈의 잠재력이, 창원에서 얻은 이번 마지막 기회에서는 폭발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6. 넥센 이태양
투수 | 2012년 32경기 101.2이닝 10승 7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4.07 (퓨처스리그 성적)

 

청주고 에이스로 활약하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넥센에 2라운드 상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풍부하다. 고교 시절에는 빠른볼 구속이 140km/h대를 기록했지만, 프로에서는 구속을 낮추는 대신 제구력과 안정감을 택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시즌 내내 주로 선발투수로 기용되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퓨처스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두자리 승수 투수다. 특히 5월 19일 NC와의 경기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6.2이닝 무실점 승리, 7.1이닝 1실점 승리를 따내는 등 유독 NC를 상대로 위력적인 투구를 보였다. 올해 NC전에 등판한 경기만 총 9차례. 이태양의 능력에 대해서는 NC 코칭스태프가 직접 눈으로 확인한 만큼 확신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내년 시즌 활약은 미지수지만, 장기적으로는 1군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투수다. 잠수함 투수인 만큼 싱커의 움직임을 더 날카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7. LG 김태군
포수 | 2012년 100경기 149타수 30안타 14타점 타율 .201

 

쓸만한 포수를 찾던 NC는 이번 특별지명에서 김태군을 지명하는 의외의 수확을 거뒀다. 2008년 LG에서 데뷔한 이래 5년 동안 꾸준히 1군 무대에서 모습을 보였다. 2009년에는 20살의 나이에 1군 54경기에 출전하며 포수로서 무난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조인성이 떠난 올해도 1군에서 100경기에 마스크를 쓰고 나섰다. 대개 고졸 포수들에게 첫 입단 5년간은 퓨처스리그에서 프로 경험을 쌓고 기본기를 다듬는 시간이다. 고졸로 입단 직후부터 1군에서 기회를 얻는 경우는 박경완, 강민호 외에는 좀처럼 보기 드물다. 포수에게 경험보다 큰 재산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1군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해본 김태군은 NC 안방 경쟁의 가장 강력한 선두주자다. 특히 블로킹이나 투수 리드 등 기본적인 포수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도 장점.

 

너무 일찍 1군에서 자리를 얻은 탓에 그 이후로는 성장세가 느리다는 지적도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전훈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홈런을 한개도 쳐내지 못할 정도로, 공격력에서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도 나온다. 병역 문제도 조만간에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내년에 1군에서 투수들을 이끌어줄 포수가 필요한 NC로서는 김태군의 가세가 큰 힘이 될 것이다. 타격에서는 어차피 기존의 허준과 김태우도 김태군보다 크게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안정적인 인사이드워크를 자랑하는 김태군이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뒤에서 허준과 김태우를 비롯한 젊은 포수들이 받쳐주는 역할을 하면서 성장하는 게 이상적인 시나리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스타일상 주전포수 자리에 그냥 무혈입성시킬 리는 없다. 팀내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야 하고, 그러려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독해지고 강해져야 한다.


8. 한화 송신영
투수 | 2012년 24경기 23.2이닝 1승 3패 2홀드 평균자책 4.94

 

NC의 특별지명을 받으면서 최근 2년 동안 4번째 유니폼을 입게 됐다. 넥센 시절만 해도 매년 7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불펜의 '빨간약' 역할을 했지만, LG와 한화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투구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한 넥센 시절에는 "칠테면 쳐보라"는 식의 과감한 승부가 효과를 발휘했다. 타자 입장에서는 어이없을 정도로 느린 변화구와 유인구를 찔러넣으면서 ‘살살’ 맞혀잡는 피칭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성적부담이 큰 LG, 거액을 받고 이적한 한화에서는 심리적 부담 탓인지 투구에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한화에서 뛴 올해는 24경기 23.2이닝을 던지는데 그치며 ‘11년 연속 68이닝 이상’ 행진이 끊겼다. 게다가 위기 때마다 번번이 실점을 내준 탓에, 체감상으로는 실제 성적보다도 훨씬 부진한 것처럼 느껴졌다.

 

부진의 원인이 심리적인 부분에 있었던 만큼, NC에서는 심기일전해서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마무리나 압박감이 심한 상황에서의 등판보다는 중간에서 부담이 덜한 상황에 2이닝 이상 버텨주는 역할이 더 어울린다. 넥센과는 여건이 다르긴 하지만, 신생팀인 NC 소속이라는 점도 송신영이 본연의 '만만디' 피칭을 할 수 있는 조건이다. 조금만 몸의 힘을 빼고 허허실실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예전같은 피칭을 해준다면 NC 불펜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번 특별지명으로 NC는 내년시즌 확실한 승리공식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 투수 세 명이 5~6이닝을 막아낸 뒤 송신영-고창성-이승호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가동하는 시나리오. 적어도 필승조만큼은 기존 8개 구단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