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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계약 늦어지는 이유 '시장의 무관심? 선발 도전 전략?'

라데츠(radetz) 2010. 1. 20. 11:38

 

▲ 새 팀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는 박찬호.

 

'코리안특급' 박찬호(37)가 새로운 팀을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박찬호는 지난 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구원투수로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활약상이 뛰어난데다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아 계약 전망은 밝은 듯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FA 시장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서도 박찬호의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스토브리그에 접어들기 전만 하더라도 박찬호는 자신만만했다. 국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좋은 소식이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필리스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필리스가 아니더라도 다른 팀에서 연락이 올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6-7개 팀에서 연락이 왔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정은 기대와 달랐다. 박찬호는 다년 계약을 노리면서 선발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을 원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나오는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구원투수로선 여전히 가치가 높았지만 선발투수 박찬호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다.

박찬호는 필라델피아가 제시한 연봉 300만 달러 1년계약 조건을 거부했다. 곧바로 필라델피아는 박찬호와의 결별을 결정했다. 지난 해와 달리 필라델피아는 애초에 박찬호를 선발로 쓸 생각도, 다년계약을 줄 계획도 없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세인트루이스, 피츠버그 등의 팀이 박찬호를 영입 후보로 올렸다는 소문이 들렸지만 말 뿐이었다.

지난 시즌의 경우 박찬호는 12월에 일찍 필라델피아와 계약을 맺었다. 그 때와 비교하면 계약시기가 크게 늦어지는 셈이다. 일부에선 다른 FA 선수들이 속속 팀을 찾고 있는데 반해 박찬호가 유독 늦어지는데 대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수준급 FA 구원투수 대부분이 계약을 마쳐 박찬호가 갈 만한 팀이 점점 줄어드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여전히 박찬호는 구원투수로서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박찬호가 우완투수이면서도 좌타자에게도 강한 면모를 발휘한데 대해 각 팀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인 '폭스스포츠'는 19일 미계약 선수 가운데 주목할 선수들을 모아 가상의 팀을 만들었는데 박찬호는 구원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도 박찬호에 대해 'FA시장에 남아있는 쓸만한 구원투수'로 뽑았다.

그럼에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박찬호가 계속 선발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박찬호는 선발 기회를 얻기 위해 더 시간을 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 양키스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일부 강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팀들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경쟁을 유도해 선발로테이션을 확정짓는게 보통이다. 결국 스프링캠프를 임박해 선발투수가 부족한 구단과 협상을 벌여 선발 경쟁 기회를 따낼 가능성도 추측해볼 수 있다.

박찬호는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발 경쟁에서 탈락하더라도 구원투수로서 제 몫을 해낼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만큼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시장 상황을 기다리겠다는 협상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박찬호 같이 노련한 구원투수를 언제라도 필요로 한다. 그런만큼 선발 목표를 언제 접느냐에 따라 계약시기도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