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 대신 뉴욕 양키스를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박찬호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양키스 행을 밝히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우승을 위해 양키스를 택했다"는 게 주된 원인이지만 현실적인 고민들도 뒤따랐다. 박찬호는 선발 경쟁의 어려움, 낙후된 구장 시설, 컵스의 극성 팬들을 꼽았다.
박찬호는 "이제 와서 선발로 경쟁하려고 하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비자를 받고 스프링캠프에 가서 시차적응하다 보면 3월 중반이나 팀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선발 경쟁을 하기엔 늦은 감이 있고 부상 걱정도 됐다"는 게 이유였다.
박찬호는 컵스에서 충분히 선발 자리를 노릴 만했다. 컵스는 올 시즌 선발진을 카를로스 삼브라노-테드 릴리-라얀 뎀스터-랜디 웰스로 꾸렸다. 확실한 5선발 카드가 없고, 릴리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 등판이 불투명해 5선발을 꿰찰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계약이 너무 늦어지는 바람에 박찬호는 한화(하와이)·두산(미야자키)의 스프링캠프를 전전하며 훈련을 이어왔다. 안정적으로 훈련에만 몰두할 시간이 부족했다.
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인 리글리필드도 박찬호에겐 부담이었다. 그는 "리글리필드는 오래된 구장이다. 불펜이 외부에 있어 몸을 풀 때 춥고 힘들다"고 말했다. 1914년에 지어진 리글리필드는 보스턴의 홈구장인 팬웨이파크(1912년 개장)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구장이다. 반면 양키스는 지난 시즌 15억 달러를 들여 새로 지은 뉴양키 스타디움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극성 팬들도 박찬호를 부담스럽게 했다. 그는 "컵스는 팬들이 극성이고, 양키스는 미디어가 선수를 힘들게 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의 반응보다 경기장에서 직접 피부로 와닿는 팬들의 비난이 더욱 힘들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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