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폴클래식] 2002년&2012년, 10년만에 찾아온 조인성의 가을야구

라데츠(radetz) 2012. 10. 18. 20:11

 

16일 2012 프로야구 SK와 롯데의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인천 문학구장. 경기 전 SK 조인성이 양승호감독을 찾아

인사하고 있다.

 

"형, 긴장했어? 긴장하지마!" 덕아웃에서 SK후배 김강민이 포수 조인성(37)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지고 지나갑니다. 건너편 덕아웃의 양승호 롯데 감독은 "(조)인성아, 얼른 이리 와봐"라며 가벼운 포옹과 악수를 합니다. 옆에서 10년만에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것이라고 하자 양 감독은 "그래서 다리가 후들후들 흔들리네"라고 뼈있는 한마디도 덧붙입니다.

순간 조인성의 표정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지만, 눈빛은 여전히 한 곳을 응시하는 맹수처럼 반짝 빛납니다. 뚜려한 목표가 있는 자만이 가지고 있는 눈빛입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도 긴장감을 감추지는 못합니다.

이전 팀 LG에서는 그의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존재감이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오랜 기간 국가대표 포수로 수많은 국제경기를 뛰었습니다.

그러나 가을만 되면 작아졌습니다.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그는 마무리훈련으로 산에만 다녔다고 합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의 기억이 LG에서 경험한 그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이었습니다. 당시 2승 3패로 몰렸던 삼성과의 6차전에서 그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9-6으로 앞선 LG는 9회말을 맞았고 마지막 7차전이 눈 앞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승엽에게 동점 3점 홈런, 그리고 마해영에게 끝내기 솔로홈런을 맞고 무너졌습니다. 삼성은 첫 우승을 차지했고 안방을 지켰던 조인성은 고개를 떨궜습니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두고두고 아쉽다"고 토로합니다.

"(이)승엽이가 직구를 잘 치지 못했는데 너무 쉽게 변화구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어요. 고집을 부리고 직구로 던졌어야 했는데…. (마)해영이형은 반대로 변화구로 유인하며 뺐어야 했는데 바깥쪽 직구를 던지다 맞았습니다. 때로는 고집을 부려서라도 투수를 이해시키고 믿음을 주면서 사인을 냈어야 했어요"

10년 동안 강산은 변했지만 그때의 상황은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남다른 각오를 다지며 "절박합니다"라고 까지 표현했습니다.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를 다 챙겨봤습니다. 어떤 상황에 나갈지 모르지만 자신감은 넘쳐요. 롯데에 대한 분석은 많이 했습니다. 포스트시즌 그라운드에 서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기분일거 같습니다. 내게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기도 하고요. 솔직히 마지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기회가 왔을때 팀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꼭 우승 반지를 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묻어나옵니다.

조인성은 PO 1차전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느 때처럼 포수장비와 방망이를 정성껏 닦으며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17일 PO 2차전에서 7번 타자겸 포수로 첫 출장해 '여왕벌' 정대현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롯데의 '무적불펜'을 침몰시켰습니다. 그는 이날 10년 세월의 한을 풀어내듯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