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FA 시장환경이 변했다, 역대 최고 두뇌싸움 시작

라데츠(radetz) 2012. 11. 6. 10:24

 

 

FA 시장이 개장했다. 변수가 너무 많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6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선수들을 발표한다. FA 자격을 행사하고 싶은 선수들은 9일까지 각 구단을 통해 KBO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 KBO 총재의 승인 뒤 10일부터 16일까지 원 소속구단과 1차 협상을 한다. 여기서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들은 17일부터 23일까지 원 소속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과 2차 협상을 갖는다. 여기서도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들은 내년 1월 15일까지 9개 구단 모두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이 기간에도 계약을 하지 못한 FA 선수들은 내년 시즌 뛸 수 없다.

▲ 내년 FA들이 대박? 구단들 당장 내년이 급하다

올 시즌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보다 내년 시즌 이후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이 더 영양가가 높다는 말이 있다. 2013시즌 이후 FA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선수는 삼성 오승환, 장원삼, 윤성환, 박한이, KIA 윤석민, 이용규, SK 송은범, 정근우, 롯데 강민호 등이 있다. 이들이 모두 FA 신청을 한다면 그야말로 사상 최대 FA 시장이 개장될 수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최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유니폼을 바꿔 입는다면 리그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해외 진출을 노릴 선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롯데 홍성흔, 김주찬, 강영식, LG 이진영, 정성훈, SK 이호준, 삼성 정현욱 등이 있다.

일각에선 내년을 위해 이번에는 실탄을 아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말도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 구단들은 당장 2013시즌이 급하다. KIA 선동열 감독은 팀의 약한 전력에 실망하며 외부 FA 영입을 공개 요청했다. 올 시즌 자존심을 구겼으니 내년에는 성적을 내겠다는 뜻이다. 한화 신임 김응용 감독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적료로 FA 선수를 영입해달라고 한 상태다.

더 이상 감독들에게 계약기간이 소용없다. 당장 한해 부진하면 자리보전이 위태롭다. 2년 전과 지금 같은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감독은 없다. 2~3년도 못 기다려준다는 소리다. 리빌딩도 좋지만, 감독은 결국 성적이다. 이번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는 모두 각 팀 사령탑의 구미에 맞는 선수들. 내년 시즌 후 FA 선수들을 고려하는 건 사치다.

또한, 홍성흔과 이진영 등은 FA 이적생 최고의 성공사례. 더 이상 ‘FA 이적생=먹튀’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전략에 따라 잘만 데려오면 최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그런 조짐이 보였다. 정대현, 이승호, 조인성, 송신영, 이택근 등 FA 제도시행 초창기 이후 오랜만에 많은 FA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정대현, 조인성 등은 결국 성공적으로 새로운 팀에 안착했다.

 

 

▲ NC와 류현진 후폭풍

NC발 돌발변수도 있다. NC를 제외한 8개 구단은 12일까지 보호선수 명단 20인을 NC에 통보해야 한다. NC는 15일까지 8개 구단에서 1명을 지명해 공개한 뒤 각 구단에 10억을 지불해야 한다. 보호선수 명단엔 군 입대 예정 선수들도 포함해야 한다. 반면 FA 신청자와 군 제대 예정선수는 제외된다.

일단 각 구단은 FA 자격 재취득자와 자격유지자 모두에게 FA 신청을 권유할 것이다. 그래야 실질적으로 보호선수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은퇴 기로에 선 베테랑들도 FA 시장에 나갔다가 추후에 계약을 도모할 수 있기에 나쁘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기존 8개구단들은 NC가 지명할 법한 선수들을 최대한 보호하려고 할텐데, 즉시전력감인 베테랑들, 혹은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신인급 선수 모두를 보호할 순 없다. 기존구단들은 어쩔 수 없이 전략적인 선택을 해서 보호선수 명단을 짜야 한다. NC가 15일에 보호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 8개 구단은 어떻게든 준주전급 1명을 내줄 것인데, 이에 따라 FA 계약 방침도 달라질 수 있다.

만약 기존 팀들이 꼭 필요한 선수를 NC에 빼앗겼다고 판단할 경우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FA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반대로 출혈이 최소화됐다고 판단할 경우 FA 시장에서 느슨한 자세를 취하면서 자신의 팀에서 풀린 FA 선수들을 우선 보호하려고 할 것이다. NC의 보호선수 외 지명 발표일은 15일. 이날은 기존 FA들과의 원 소속구단 1차 협상 마감일 하루 전이다. 미묘하게 각 구단들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NC도 기존 구단으로부터 원했던 선수를 많이 데려오지 못할 경우 FA 시장에서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NC는 어차피 FA신청자 수에 관계없이 FA 3명을 영입할 수 있다. 20인 보호 선수 외 지명과 FA 시장이 맞물려 FA 시장에 대한 구단들의 관심이 폭발할 수 있다. 아울러 언제 상황이 급변할 지 모르기 때문에 대어로 꼽히는 FA들은 쉽사리 기존구단과의 1차협상에서 도장을 찍을 이유는 없다.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 FA들은 성급하게 움직일 이유가 없다.

류현진 변수도 있다. 이른바 한화발 변수다. 류현진은 현재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포스팅 신청을 받고 있는 신분이다. 한화와 류현진이 약속한 포스팅 금액 이상이 나올 경우 류현진은 곧바로 해당 구단과 협상에 들어간다. 류현진이 해당 구단과 입단 계약을 확정한다면 포스팅 금액은 고스란히 한화의 손으로 들어간다.

만약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이 1000만달러 이상이 된다고 치자. 한화는 약 109억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돈으로 FA 시장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할 수 있다. 한화가 큰 손으로 등장할 경우 FA시장이 요동칠 건 자명하다.

각 구단들과 신생팀 NC, FA선수들간의 치열한 두뇌전쟁이 시작된다. NC의 보호 선수 외 1명 지명과 류현진의 거취에 따라 구단과 FA들도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성급하게 움직이면 손해를 볼 게 확실하다.

 

[FA로 풀리는 홍성흔(위), 이진영(중간), NC 선수들(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