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WBC

[WBC] 이겼지만 졌다 …한국 바뀐 제도 희생양

라데츠(radetz) 2013. 3. 6. 12:16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은 1차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봤다. B조에 속한 한국은 대만, 네덜란드, 호주와 한 조를 이뤄 풀리그를 치른 끝에 2승 1패를 거뒀다. 호주가 3패를 당하면서 한국과 대만, 네덜란드는 모두 2승 1패로 동률이 됐고 이번 대회부터 적용된 TQB(Team Quality Balance)=(득점/공격이닝)-(실점/수비이닝)에 따라 한국이 득실에서 밀려 탈락이 결정됐다.

앞선 두 번의 대회에서는 1차 조별 예선에서부터 더블 엘리미네에션이 적용됐다. 네 팀이 한 조를 이루고, 일단 한 번씩 대결을 한다. 승자는 승자끼리 다시 경기를 치러 여기서 이기면 남은 경기와 관계 없이 다음 라운드 진출이 확정된다. 반면 첫 경기에서 패한 두 팀은 맞대결을 펼치고, 여기서 지면 탈락이 확정된다. 마지막으로 승자전의 패자와 패자전의 승자가 맞대결을 펼쳐 승리를 거두는 쪽이 라운드 통과자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때문에 한국은 일본과 많은 경기를 치렀다. 앞선 두 번의 대회에서 한국은 일본과 항상 같은조에 편성됐고, 대회 때마다 최소 3번씩은 한일전을 치렀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조를 나누고 더블 엘리미네이션을 2라운드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1회와 2회 대회에서 더블 엘리미네이션으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는 새로 도입된 득실차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대만과의 최종전에서 한국은 득실 때문에 무조건 5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만 했다. 1차전이었던 네덜란드전에서 0-5로 패한 탓에 -5의 득실을 안고있던 한국은 대만과의 경기에서 다득점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으로 경기에 임했다.

야구의 본질은 정해진 공격기회 안에 더 많은 점수를 뽑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잘 하는 팀이건 못 하는 팀이건 똑같이 27개의 아웃카운트가 주어지고, 그 안에 올린 득점으로 승패를 가리는 것이 야구의 기본이다. 하지만 5일 대만전에서 한국은 다득점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리한 주루플레이가 이어졌고, 중압감이 더해져 결국 3-2로 역전승을 거두는데 만족해야 했다.

TQB가 적용되면서 야구의 본질적인 모습이 바뀐 건 사실이다. 분명 한국은 8회 역전에 성공, 3-2로 앞서 나갔지만 5점의 득실 플러스가 필요했기에 기뻐할 수 없었다. 9회 대만의 공격이 끝나면서 한국은 승리를 거뒀지만 점수를 더 낼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처음으로 도입된 TQB는 이러한 진풍경을 낳았다.

어느 제도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분명한 건 한국이 조별예선에서 떨어진 첫 번째 이유는 준비 부족과 실력차였다. 적어도 네덜란드전에서 한국은 무더기 실책을 범하는 등 이길 자격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 WBC도 한국은 바뀐 제도에 발목이 잡히며 경기에는 이겼지만 토너먼트 진출에는 진 비운의 팀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