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야구팀을 가리는 대회가 싸움터로 변했다. 변경된 대회 규정이 진흙탕 싸움을 만들고 말았다.
사건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1라운드 D조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기에서 벌어졌다. 2라운드 진출 여부가 걸렸기에 팽패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슬라이딩하는 주자의 발이 높아지고, 홈으로 들어오면서 포수와 과격하게 충돌하는 등 아찔한 장면들이 계속됐다.
결국 9회 일이 커졌다. 9-3으로 크게 앞서던 캐나다의 선두 타자 크리스 로빈슨이 3루 앞 기습번트를 댔다.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팀은 번트를 대지 않는 것이 야구의 불문율. 그러나 캐나다는 이를 어겼고, 멕시코 투수 아놀드 레온은 후속타자 르네 토소니에게 위협구를 던졌다.
감정이 격해진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말 그대로 '몸싸움'을 했다. 흥분한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6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번트를 댄 캐나다도, 여기에 위협구를 던진 멕시코도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니 휘트 캐나다 감독의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휘트는 경기가 끝난 뒤 번트에 대해 "시즌 중에는 일어나기 힘든 장면이다. 그러나 이 대회에서는 점수 차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든 점수가 0-0인 것처럼 경기를 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이번에 바뀐 대회 규정에 따르면, 1라운드에서 승패가 동률인 팀이 세 팀 이상 나올 경우 팀 퀄리티밸런스(TQB)에 의거 순위를 정한다. TQB는 세 팀 간의 경기에서 '(득점÷공격 이닝)-(실점÷수비 이닝)'으로 계산한다. 결국 득점을 많이 하고 실점을 적게 한 팀이 유리하다.
캐나다 입장에서는 9-3으로 이기고 있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멕시코에게 이기더라도 미국이 이탈리아에게 지고 캐나다를 이길 경우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1승 2패로 동률을 이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유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득점을 뽑아내야 했다.
결국 대량 득점에 대한 부담이 번트 작전으로 이어졌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번지고 말았다. 그 중 다행인 것은, 2라운드는 예전 방식인 더블 일리미네이션이 적용돼 득실 차를 계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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