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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 만난 디온테 버튼, “원주와의 재계약은 50대50”

라데츠(radetz) 2018. 4. 22. 17:55

<19일, 인천공항에서 시카고로 출국하기 전 만났던 디온테 버튼. 올시즌 원주 DB의 돌풍을 일으키며

팀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4월 19일 오후 5시30분 인천공항 제1터미널. L게이트 앞에서 30분 째 기다림을 이어가던 중 저 멀리서 키가 큰 외국인 한 명이 눈에 띄었다. 회색 후드셔츠에 주황색 트레이닝 바지, 슬리퍼를 신고 엄청난 짐을 카트에 담아 밀고 오는 디온테 버튼이었다. 오후 7시에 출발하는 시카고행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인 그는 전혀 서두르는 기색 없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기자 앞에 나타났다. 공항에서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지만 먼저 체크인을 하고 짐을 부치는 일이 시급했다.

그런데 수속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항공사 직원은 버튼의 체류 기간 문제로 공항 내 출입국관리사무소 담당 직원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담당 직원의 확인이 없는 상태에선 수속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버튼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짐을 놔두고 버튼과 함께 공항 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달려갔다. 다행히 사무소 직원의 도움으로 신속한 일처리가 가능했다. 다시 수속 카운터로 향했다. 수화물을 부쳤는데 이번에는 가방 안에 넣어둔 배터리가 말썽이었다. 그 배터리를 빼낸 후에야 수화물이 제대로 들어갔다. 모든 수속을 마친 다음 비로소 버튼과 인터뷰할 기회가 주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일들이 일어났다. 한국을 떠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도 비행기를 놓치는 등 힘든 여정 끝에 입국했었다. 출국할 때도 약간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래도 비행기 안 놓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다행이다.”

오늘(19일) 원주에서 인천공항으로 온 건가.

“어제 챔피언결정전 마치고 원주로 갔다가 오늘 아침에 로드 벤슨과 함께 서울을 찾았다. 출국 전 서울에 볼 일이 있었다. 구단 직원이 동행하겠다고 했는데 로드 벤슨이 서울 지리를 잘 안다고 해서 둘이 온 것이다.”

서울에서 볼 일이라는 게 무엇이었나.

“(버튼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태원에 갔었다. 내가 좋아하는 멕시코 음식점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려 했다. 가족들의 옷과 내 농구화, 최신형 게임기도 구입했다. 선물들 때문에 가방 개수가 늘어났다.”

8개월 전 한국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소감이 어떠한가.

“일단 기분은 좋다. 어제 SK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하는 바람에 아쉽고 속이 쓰렸지만 공항에 오니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한국을 떠나는 솔직한 심정은 아쉬움 반, 설렘 반이다.”


<버튼의 짐들에는 가족들 선물과 농구화, 게임기 등이 들어 있다고 한다.


SK와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할 것 같다. 4쿼터 경기 종료 7.5초를 남기고 윤호영의 패스를 잡지 못하면서 SK한테 공격권이 넘어 갔다. 당시 2점차로 DB가 지고 있던 터라 그 실책은 굉장히 뼈아팠을 것 같다.

“아직도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너무 불운한 상황이었다. 어떤 공을 놓친 것보다 그 공이 나를 지나쳐 라인을 넘어갔을 때는 울고 싶기만 했다. 아쉽지만 그게 농구이다. 사람은 경기를 조종할 수 없지 않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건 마음이 아프지만 올시즌 DB는 예상 밖의 활약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원주 DB가 SK 나이츠 보다 잘한 것과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DB는 SK 나이츠보다 조직력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득점으로 이어지는 공격 루트는 우리 팀이 굉장히 좋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SK는 우리보다 큰 팀이었다. SK는 우리를 상대로 지역방어를 자주 사용했는데 이번에 그 지역방어를 제대로 허물지 못했다. 우리가 승리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다.”

1·2차전과 달리 3차전 이후부터는 득점이 줄어들었다. 체력적인 부담 때문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SK 최원혁 선수가 3차전부터 당신을 전담 마크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린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3차전 이후에는 2명의 선수들이 나를 둘러싸며 압박 수비를 해왔지만 빈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리고 어떤 선수가 나를 밀착 마크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난 코트에서 경기에만 집중했다. 그 선수가 수비를 잘했다, 못했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난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는 동안 체력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선수들 부상도 많은 터라 당신에 대한 의존도가 컸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난 체력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몸 상태도, 느낌도 좋은 편이었다. 선수들 부상이 늘어나면서 비중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담을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처음 경험하는 프로팀이었고, 생애 첫 해외 리그에서 뛰었다. KBL에서 보낸 시간들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 것 같나.

“처음으로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가족들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이 힘들었다. 방금 공항에서 해프닝이 발생한 것처럼 외국 생활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난 최고의 팀원들과 함께 보냈기 때문에 즐겁게 한국 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다. 동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줬다. 재미있었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말이다.”

DB 입단 후 ‘농구는 엔터테인먼트이다. KBL 최고의 엔터테이너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던 걸로 기억한다. 실제 올시즌 KBL 최고의 엔터테이너였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최고의 엔터테이너가 되기 위해 한 시즌을 후회 없이 뛰어 다녔다. 난 개인적으로 목표 달성을 이뤘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보기엔 어떤가.”

개인적으로 코트에서 보이는 당신의 농구에 열광했다. 응원도 했었고. 아마 DB 팬들은 더 좋아했을 것이다.

“그럼 됐다. 그렇게 비춰졌다면 만족한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놓치며 아쉬움을 안았지만 버튼은 그래도 원주 DB가 올시즌 보인 행보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올시즌 가장 잊지 못할 경기를 꼽는다면?

“그때도 상대가 SK였다. 12월쯤으로 기억하는데(12월 12일) 잠실 SK전에서 전반전 스코어가 28-54로 일찌감치 승부가 기울어진 경기를 하고 있었다. 전반전 마치고 라커룸에서 모인 선수들은 절대 포기하지 말자며 똘똘 뭉쳤다. 결국 후반전에 대반전이 펼쳐졌다. 조금씩 점수 차를 좁혀 나가다 연장전까지 이끌었던 것이다. 연장전도 박빙의 승부를 펼치다 경기 종료 29초를 남기고 내가 역전 3점슛을 터트리면서 95-94로 승리할 수 있었다.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다. 우승을 차지한 것보다 더 큰 기쁨을 느꼈다. 큰 점수 차를 극복하고 승리한 거라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KBL 선수들 중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 달라.

“전체적으로는 안양 KGC의 데이비드 사이먼이 가장 인상 깊었다. 키도 엄청나게 크면서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모든 걸 잘해냈다. 한국 선수로는 SK 등번호 2번 선수(최준용)가 기억에 남는다. 기본기가 탄탄한 농구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혹시 가족들이 한국에서 당신 경기를 직접 지켜본 적이 있었나.

“딱 한 번 있었다. 바로 고모였다. 고모가 한국까지 찾아와서 날 응원해주셨다.”

어느 리그나 심판 판정에 대해 말들이 많기 마련이다. 당신이 경험한 KBL 심판 판정은 어떠했다고 보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다.

“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휘슬이 불리든 안 불리든 방해되지 않았다. 심판 판정은 때론 공정할 때도, 때론 이해 안 되는 판정이 내려질 때도 있다. 그들은 심판일 뿐이다. 심판도 사람이다. 실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수들이 경기하면서 실수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때로는 심판 판정에 억울함을 표현할 때도 있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우리는 다시 농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신은 선수들이 너무 심판 판정에 예민하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했었다. 농구만 하자고 말하면서. 어떤 의미였나.

“판정이 내려지면 선수들은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다.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 시간만 늘어나고 경기 내용을 부정하는 것 같았다. 항의를 하더라도 심판 판정은 쉽게 번복되지 않는다. 판정에 휘둘리면 농구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판정이 내려지더라도 농구에 집중하자는 내용으로 말한 것이다.”

KBL의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외국에선 KBL 규정을 코미디라고 본다. 2미터가 넘으면 한국에서 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새로운 규정에 대해 들어봤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규정에 신경을 안 쓴다(웃음). 이유는 내 신장이 2미터를 넘지 않아 새로운 규정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걸린다고 생각했더라면 출국 전 KBL에 가서 키 재기를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종목도 아닌 농구에서, 신장 제한을 둔다는 건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김주성이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당신한테 김주성은 어떤 존재였나.

“정말 좋은 선수였다. 나이가 많아도 코트 내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높은 선수였다. 경기장 밖에서도 아주 따뜻한 성품을 보였다. 내게 많은 도움을 주려 노력했다. 김주성은 나의 커리어를 걱정해주기도 했다. 은퇴 후에도 멋진 길을 갈 수 있도록 응원할 것이다.”

이상범 감독은 당신과의 재계약을 위해서라면 당신 미국 집까지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만큼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해서 당신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론 이상범 감독이 정말 우리 집에 찾아올 것 같다(웃음). 여전히 내 마음은 50대50이다. 난 KBL을 매우 사랑하지만 NBA도 좋아한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농구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미국 프로농구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일단 미국으로 돌아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 지금은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만약 내가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이상범 감독 때문일 수 있다. 그는 내가 몰랐던 농구의 새로운 부분들을 세심히 코치해줬다. 무엇보다 옆에서 묵묵히 나만의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셨다. 난 그를 감독으로 사랑했다.”

한국의 바비큐가 가장 그리울 것 같다고 말한 디온테 버튼은 미국 가서도 한국 식당에 찾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긴 팬들에 대한 메시지.

“안녕하세요. KBL 팬 여러분, 그리고 원주 DB 팬 여러분. 저와 우리 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 지금 집으로 돌아가지만 한국에서 보낸 한 시즌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구단 관계자들, 감독, 코치, 그리고 우리 팀원들과 DB 팬들이 몹시 그리울 것입니다. 절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디온테 버튼은 올시즌 54경기에 나서 통산 출전 시간 31분5초, 득점 23.52(4위), 도움 3.65(16위), 스틸 1.76(3위), 리바운드 8.56(10위), 블록 1.07(6위) 등을 기록하며 원주 DB 정규리그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다음 시즌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을 응원해달라고 부탁하는 디온테 버튼. 과연 그를 원주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