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타자 없이도 팀 타격 지표 2위인 LG 트윈스
-루이즈 퇴출하고 새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 영입…총액 18만 달러
-가르시아, 미국야구에서 방출된 뒤 이탈리아 리그에서 5년 활약…늦깎이로 빅리그 데뷔
-뛰어난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 파워와 열정 갖춘 선수…LG 전력에 화룡점정 될까
외국인 타자를 제외한 국내 타자들의 공격력만 놓고 보면, LG 트윈스가 단연 리그 최고 타선을 보유한 팀이다. 13일 현재 LG는 팀출루율 0.340으로 KIA에 이은 2위, 팀장타율 0.392로 역시 2위에 올라 있다. 조정 득점창출력(wRC+) 지표도 113.9로 KIA(119.0) 다음으로 높은 2위다.
중요한 건, 이런 리그 최상급 숫자를 만들어내면서 외국인 타자의 도움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팀 타격 1위 KIA엔 소크라테스 브리토라는 강력한 외국인 타자가 있지만, LG는 시즌 개막 이후 한번도 외국인 타자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를 가져보지 못했다.
리오 루이즈를 1군 말소한 5월 2일 이후 LG는 199득점으로 해당기간 두산(210점) 다음으로 많은 점수를 뽑아냈다. 루이즈를 웨이버 공시 처리한 6월 LG의 승률은 0.667로 리그 1위, 팀 득점은 1위 두산(65점)보다 1점 적은 64점이다.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한 외국인 타자의 존재가 LG 타선에 일종의 억제기 역할을 한 셈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만약 LG에 좋은 외국인 타자가 가세하면 리그 최고의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LG는 차명석 단장이 직접 미국에 건너가 책임지고 새 외국인 타자를 데려왔다. 5일 로벨 가르시아(Robel Garcia)와 연봉 18만 달러에 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이탈리아에서 5년, 스카우트 눈에 띄어 미국 복귀와 빅리그 데뷔…영화같은 가르시아의 야구 인생
1993년생인 가르시아는 우투양타로 내야 전포지션과 좌익수까지 소화하는 만능선수다. 2010년 클리블랜드와 계약을 맺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2013년을 끝으로 방출당했다. 이후 한동안 잊혀졌다가 2018년 이탈리아 야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애리조나 교육리그에서 뛰는 모습이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의 눈에 포착됐다.
가르시아의 파워와 정열, 다재다능함에 매료된 컵스는 마이너 계약을 맺고 바로 더블 A로 보냈다. 5년 동안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도 모르고 있던 만 25세 선수를 바로 더블 A로 보낼 만큼 컵스는 가르시아의 능력에 확신이 있었다.
2019년 가르시아는 더블 A와 트리플 A 레벨을 폭격한 뒤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첫 38타석에서 홈런 4개를 날렸고 31경기에서 5홈런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듬해엔 도미니카 윈터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뛰었고 올해 다시 컵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트리플 A 41경기에서 12홈런을 날리며 위력시위를 하던 중에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LG의 가르시아 영입을 보는 야구계 시선은 긍정적이다. 지방구단 고위 관계자는 "시즌 중인 이 시점에 수준급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 이 시점에 데려올 수 있는 선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선수를 데려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타구단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자도 "가르시아는 여러 구단에서 외국인 후보로 검토했던 선수다. 워크에식이 좋은 선수로, 매사에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삼성 호세 피렐라가 연상된다"며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도 무시무시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실제 가르시아는 미국 빅리그 무대에서 인상적인 배트스피드와 타구속도를 보였다. 컵스 스카우트가 가르시아를 주목한 계기도 '시속 100마일 투수' 헌터 그린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장면 때문이다. 헌터 그린은 올해 메이저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시속 100마일 투구(39구)를 기록한 광속구 유망주. 그런 투수의 패스트볼을 공략해 홈런으로 연결했다.
2019년 가르시아가 빅리그에서 친 홈런 5개가 모두 패스트볼을 공략해 만든 홈런이었고, 구속은 평균 95마일에 최고 97.5마일에 달했다.
테오 엡스타인 전 시카고 컵스 운영부문 사장은 '디 에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정말 흥미로운 선수다. 양타석에서 모두 공을 잘 치고, 특히 좌타석에서 공을 띄우는 능력이 있다. 강속구를 잘 공략하는 타자"라고 칭찬했다. 가르시아는 2019년 컵스 타자 가운데 배럴타구 비율이 제일 높았던 타자로 비율만 보면 크리스 브라이언트, 앤서니 리조, 카일 슈와버를 능가했다.
패스트볼을 가루로 만들며 잘 나가던 가르시아는 브레이킹볼 상대 약점이 드러나며 성적이 하락했다. 가르시아의 2019년, 2021년 기록을 보면 브레이킹볼에 속구보다 세 배 많은 헛스윙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투수들은 갈수록 변화구 구사율을 높였고, 가르시아의 삼진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 가르시아는 빅리그에서 타석당 43.8%로 높은 삼진율을 보였다. 지난해에도 35.9%로 삼진율이 높았고, 올해는 트리플 A에서 30.9%의 삼진율을 기록했다.
가르시아에게 한 가지 좋은 소식은, KBO리그에는 가르시아를 괴롭혔던 빅리그 레벨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SSG 김광현이나 각 구단 외국인 에이스라면 몰라도 그외 투수들의 변화구 스피드나 무브먼트는 빅리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괜히 스트라이크 존에 어설픈 변화구를 던졌다간 가르시아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넓은 잠실야구장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스윙이 빠르고 힘이 좋은 가르시아는 일단 제대로 맞으면 초대형 타구를 만들어낸다. 2019년에 기록한 홈런 5개도 대부분 펜스를 훌쩍 넘기는 대형 홈런으로 어느 구장에서든 홈런이 될 만한 타구였다. 잠실에서도 충분히 많은 홈런을 기대할 만하다.
외국인 타자들의 공통적인 진입 장벽인 KBO리그 적응도 가르시아라면 걱정이 없다. 가르시아는 KBO리그에 오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2013년 팀에서 방출당한 뒤 이탈리아 국적(도미니카인) 아내와 이탈리아로 이주해, 이탈리아 리그에서 5년간 선수로 활약했다.
비록 미국 무대에서는 방출됐지만 가르시아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탈리아리그 볼로냐 팀에서 공수를 겸비한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그러다 거짓말처럼 정말 우연한 기회에 컵스 스카우트의 눈에 띄었고, 계약과 빅리그 데뷔로 이어졌다.
낯설고 힘든 환경에서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은 가르시아의 노력은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 가르시아가 보여준 끈기와 생존력이라면 KBO리그에서도 빠른 적응과 좋은 활약을 기대할 만하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도 가르시아의 장점이다. 야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선수다. 루이스 히메네스의 수비력, 아도니스 가르시아의 타격 능력, 그리고 윌슨 라모스의 열정을 합친 활약이 기대된다.
다른 구단 외국인 담당 스카우트는 "가르시아가 한국에서 뛰면 엄청나게 많은 좋은 타구를 날릴 거고 엄청 삼진도 많이 당할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이팅과 열정으로 팀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했다. 가르시아의 넘치는 힘과 열정이 늘 우승문턱에서 미끄러진 LG 전력에 마지막 용의 눈을 그려넣을 수 있을지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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