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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강상재 없어도 승리한 DB의 비결 : 이관희의 손과 김주성의 눈

라데츠(radetz) 2025. 1. 3. 09:35

 

유의미한 결과는 결코 행운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원주 DB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80-79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6위 자리를 유지한 원주 DB는 직전 맞대결 대패했던 5위 창원 LG를 바짝 쫓을 수 있게 되었다.

원주 DB 김주성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볼 핸들러가 없다 보니 LG전 엄한 공격이 나왔다. 핸들러를 늘리기 위해 김시래를 선발로 기용했다"라며 유기적인 볼 움직임을 기대했다. 실제로 김시래는 1쿼터 8분, 2쿼터 7분을 뛰며 전반전까진 치나누 오누아쿠보다 많은 시간을 소화했다. 그러나 후반전엔 단 1분도 코트를 밟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김주성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이날 삼성은 센터 코피 코번이 발목 부상에서 돌아오며 선발에 이름을 올렸다. 안 그래도 강상재와 김종규가 없는 DB에게 코번은 버거운 상대였고, 실제로 경기 내내 리바운드와 세컨드 찬스 득점에서 우위를 점한 삼성은 시종일관 리드를 챙겼다.

그때마다 팀의 추격을 이끈 건 이선 알바노였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으로 내외곽의 득점 경로가 제한된 DB는, 대부분의 공격을 알바노와 오누아쿠의 투맨 게임에서 출발했다. 이는 반강제적이었고, 핸들러에게 큰 부담을 안겨주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알바노는 KBL 역사상 첫 아시아 쿼터 MVP다운 위엄을 보여줬다. 특유의 탄력적인 드리블로 페인트 존을 휘젓는가 하면, DB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아이솔레이션 패턴에서도 주저 없이 슛을 던지며 득점을 노렸다. 상대가 틀어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전반전에만 8점 6어시스트를 기록한 알바노는 KBL 최고의 핸들러다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문제는 삼성의 대응이었다. 삼성은 경기 내내 알바노에게 높은 강도의 수비를 유지했다. 알바노를 뺄 수 없는 상황에 계속 공격을 주도하게 만드는 건, 아무리 알바노라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김주성 감독은 후반전부터 전술의 시작점 역할을 소화하는 김시래 대신, 조금 더 직관적이고 시원하게 슛을 던지는 이관희를 활용했다. 공격적이면서도 보조 핸들러로도 뛸 수 있는 입체적인 자원인 이관희 기용은 신의 한 수가 되었고, 알바노와 조합된 이관희는 21점을 터뜨리며 팀의 극적인 역전을 이끌었다. 17점 11어시스트로 맹활약했지만, 상대의 거친 압박 때문에 26%라는 저조한 야투율을 기록한 알바노대신 득점 효율과 볼륨을 잘 채워준 셈이다. 덕분에 DB는 높이에서 크게 뒤처졌음에도 삼성과 일정한 격차를 유지할 수 있었고, 이는 4쿼터 짜릿한 역전승의 시발점이 되었다. 패스를 받는 족족 득점을 터뜨리며 동료들의 훌륭한 선택지가 된 이관희는 이날 경기의 수훈선수로 선정되었다.

이날 경기를 빛낸 건 알바노와 이관희였지만, 코트 밖에서 흐름을 읽고 팀을 직관적인 농구로 전환한 인물은 김주성 감독이었다. 선수와 감독 모두 승리의 주역이 된 DB는, 오는 4일 부산 KCC와의 원정경기에서 2연승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