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민 많이 했었다. 솔직히 돈·팀 성적·환경 모두를 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버리면 도망자 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FA 최대어‘ 정성훈(32)의 선택은 LG 잔류였다. 정성훈은 12일 LG 구단과 4년 연봉 총액 최다 34억원에 재계약을 체결, 팀 동료 이진영과 함께 FA 시장에서 가장 빨리 사인했다.
정말 의외다. 정성훈은 이번 FA 중 가장 돋보이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공수가 완벽한 3루수고 여전히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다. 첫 번째 FA 기간 4년 동안 연평균 100경기 이상 출장·100안타 이상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4번 타자로 변신해 타율 3할1푼 12홈런 OPS .909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왔다. 1군에서 첫 해를 맞이하는 NC,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와 더불어 돈다발을 들고 대기 중인 한화와 KIA를 생각한다면 50억원 규모의 계약도 충분히 가능했다.
그럼에도 정성훈은 LG와 재계약을 택했다. 지난 4년 동안 LG에서 보낸 시간이 힘들면 힘들었지 결코 편안치 않았다. 자신을 두고 영입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도 예상했다. 지난 몇 주가 인생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시기라고 털어놓았다.
“정말 고민이 많았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돈을 많이 받게 될 거라는 전망이 들리면서 ‘내가 그 정도를 받아도 되나’하는 생각도 했다. 솔직히 LG에서의 지난 4년이 프로 생활 중 가장 길고 힘들었다. 이전 해태서도 힘들었지만 그 때는 너무 어렸고 현대에선 승리에 익숙했기 때문에 야구가 어려운 줄 몰랐었다. 물론 성적을 내지 못하면 욕먹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LG는 지금까지 거쳐 왔던 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관심 자체가 굉장했고 이러한 관심이 때로는 부담으로 작용했었다.”
정성훈은 재계약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스승인 김기태 감독을 꼽았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과도한 관심과 때로는 부담을 준 LG 팬들을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 4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의 4년이 험한 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스승과 팬들에게 보답하고픈 마음이 더 컸다고 밝혔다.
“재계약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감독님이셨다. 살아오면서 본 가장 멋있는 남자, 가장 존경하는 분이 감독님이시다. 모신지는 1년 밖에 안 됐지만 어느덧 감독님 외에 다른 분과 야구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LG 팬들 역시 크게 다가왔다. 시즌 마지막 날 팬들이 보내준 함성을 쉽게 잊을 수 없었다. LG에서 4년을 더 뛴다면 그만큼 욕먹는 날도 많아질 수 있지만 이제는 정말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었다.”
결국 4년 더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된 정성훈은 LG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자신도 팀이 일어서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성적만 난다면, 성적만 낼 수 있다면, LG에서 뛰는 것은 그 어느 팀에서 뛰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될 거라고 강조했다.
“비록 결과는 안 좋았지만 올 시즌 (이)병규형을 중심으로 팀이 뭉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후배들도 그라운드 위에서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오지환을 비롯해 갈수록 실력이 향상되는 후배들도 많다. 그러면서 팀 전체가 성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나 역시 내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올 시즌 처음으로 4번 타자로 뛰어봤는데 어느 타순이든 내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려고 한다. 솔직히 FA 계약을 하기 전에는 돈·팀 성적·환경 모두를 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LG를 떠나면 도망자 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 성적만 난다면 어느 팀에서 뛰는 것보다 값진 환희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LG에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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