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WBC

도미니카, 네덜란드 누르고 결승 진출

라데츠(radetz) 2013. 3. 19. 13:47

 

이대로 대회 MVP도 휩쓸어볼까

 

[3라운드 준결승] 네덜란드 1-4 도미니카
W : 볼케스(1-0 1.80) L : 마크웰(0-1 7.71) S : 로드니(1/0 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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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매치'로 압축되는 네덜란드와 도미니카의 준결승전. 도미니카는 선발 에딘슨 볼케스가 1회부터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선두타자 시몬스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3라운드부터 새롭게 합류한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 프로파도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버나디나의 투수 땅볼로 1사 2,3루가 된 상황은, 발렌틴이 유격수 땅볼을 때려내면서 시몬스를 불러들였다(1-0). 가볍게 선취점을 낸 네덜란드는 앤드류 존스가 벼락같은 스윙으로 타구를 외야로 보냈다. 하지만 이 공은 관중석까지 몸을 던진 좌익수 모이세스 시에라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네덜란드 선발 디에고마 마크웰은 1회부터 위태한 모습을 보인 볼케스와 달랐다. 2사 후 카노를 중전안타로 보냈지만, 실점 위기를 초래하지 않았다.

 

첫 11명의 타자 중 10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1회 프로파 제외)를 던지지 못한 볼케스는, 체인지업이 효과적으로 들어가면서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이에 질세라, 마크웰도 특유의 완급조절을 앞세워 도미니카 타선을 돌려세웠다.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 양상을 선보이면서 빠르게 전개됐다.

 

네덜란드의 아슬아슬한 한 점 차 리드가 무너진 것은 5회 말이었다. 도미니카는 1사 후 카를로스 산타나가 팀 내 첫 장타(2루타)를 때려냈다. 이어서 1회 멋진 수비를 보여준 시에라가 적시 2루타를 터뜨려 경기 균형을 맞췄다(1-1). 투구 수가 많아지자 마크웰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레이에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크웰의 커터를 받아쳐 승부를 뒤집는 적시타로 연결시켰다(1-2). 테하다도 안타로 내보낸 마크웰은, 주자 1,3루에 둔 채 톰 스투이프버겐과 교체됐다. 하지만 스투이프버겐은 나오자마자 폭투-적시타로 순식간에 두 점을 더 내줬다.

 

네덜란드가 빼앗긴 승기를 다시 찾아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도미니카가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철벽 불펜진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 헤레라-시데뇨-카시야-스트롭-도텔-로드니로 이어지는 불펜진은 이번 대회 도합 18.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네덜란드는 6회부터 8회까지 꾸준히 주자들이 나갔지만, 득점을 이루지 못했다. 도미니카는 대회 세이브 부문 1위(5) 로드니가 9회 초에 올라와, 존스-스미스-스쿱을 상대로 삼진 2개를 곁들여 간단하게 경기를 매조졌다. 도미니카는 내일 푸에르토리코와 대망의 결승전을 치른다.

 

*도미니카는 보란듯이 '네덜란드 악몽'에서 벗어났다. 도미니카는 지난 대회 1라운드에서 네덜란드에게 두 번이나 덜미를 잡혀 충격적인 탈락을 경험한 바 있다. 오늘 결승타 포함 4타수2안타 1타점을 기록한 레이에스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너무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야구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고, 어느 팀도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고 밝혔다. 과거를 교훈 삼아 매 경기 최선을 다했던 도미니카는, 이번 대회 전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을 이루어냈다. 2라운드 MVP로 선정된 카노는 고의사구 2개를 포함한 2타수1안타.

 

도미니카, 이대로 전승 우승?
1라운드 : 베네수엘라 3-9 도미니카 [승]
1라운드 : 도미니카 6-3 스페인 [승]
1라운드 : 도미니카 4-2 푸에르토리코 [승]
2라운드 : 이탈리아 4-5 도미니카 [승]
2라운드 : 도미니카 3-1 미국 [승]
2라운드 : 푸에르토리코 0-2 도미니카 [승]
3라운드 : 네덜란드 1-4 도미니카 [승]

 

*비록 결승 진출은 실패했지만, '신데렐라' 네덜란드는 큰 성과를 거둔 대회였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유럽야구의 강국으로 자리잡은 것. 네덜란드 왕실은 이 같은 공로를 치하하고자 뮬렌 감독에게 기념품을 선물했다. 네덜란드는 팀 단합력도 굉장히 좋았는데, 오늘 팀 내 유일한 장타(2루타)를 친 블라디미르 발렌틴은 "형제들과 즐겁게 경기하는 기분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게다가 네덜란드는 '유망주들의 집합소'답게 미래가 더 기대되는 팀. 프로파(텍사스), 시몬스(애틀랜타), 보가츠(보스턴), 스쿱(볼티모어)은 메이저리그 각 팀의 최고 기대주들이다. 다만, 투수진 전력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남겼다.

 

*지난 2경기 동안 부진(5.1이닝 4실점)했던 볼케스는 5이닝 5K 1실점(2안타 2볼넷)의 승리(78구). 초반 위기를 극복하고, 마지막 17타자 중 15명을 범타 처리해냈다. 볼케스는 2008시즌 17승6패 3.21를 기록하며, 그 해 신인상 투표 4위에 올랐던 선수(1위 지오반니 소토). 하지만 이후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급격하게 하향세를 보였다. 지난 시즌 맷 레이토스 트레이드로 '투수들의 천국' 펫코파크에 입성했지만, 리그 최다 볼넷(105)의 오명을 쓰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11승11패 4.14). 반면, 초반 안정된 투구를 펼친 마크웰은 4.2이닝 0K 4실점(6안타 1볼넷)의 패전(94구). 스투이프버겐이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바람에 실점이 늘어났다. 마크웰은 짐 캐플(ESPN)로부터 "마치, 제이미 모이어 같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투구 수가 늘어날수록 실투가 많아졌다.

 

대회 타격 순위
홈런 : 아브레유/데스페인(3) 아베/카노/핸리/산타나/스쿱/스몬스 외 2명(2)
안타 : 카노(15) 페르난데스/파간(11) 이바타/시몬스(10) 마우어 외 6명(9)
타점 : 라이트(10) 아브레유/아빌레스(9) 데스페인(8) 아베 외 3명(7)
득점 : 시몬스(10) 세페다/페르난데스/리오스/샘스(7) 아이바 외 3명(6)

 

*오늘 경기 시구는 펠리페 알루와 뮬렌이 맡았다. 알루는 지난 대회 도미니카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인물. 또한 경기가 열린 AT&T파크의 홈팀, 샌프란시스코와 인연도 깊다. 195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를 한 알루는, 선수 은퇴 후 2003-06년 동안 샌프란시스코 감독직을 수행하기도 했다(도미니카 출신의 메이저리그 감독은 알루가 최초). 현재 알루는 샌프란시스코 단장 특별보좌관을 맡고 있어, 여전히 샌프란시스코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네덜란드 퀴라소 출신 첫 메이저리거인 뮬렌도, 샌프란시스코의 타격코치를 담당하면서 지난 3년 간 두 번(2010, 2012)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