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WBC

MLB 품은 미국, WBC 번번이 죽 쑤는 이유

라데츠(radetz) 2013. 3. 19. 22:41

도미니카공화국이 네덜란드 돌풍을 잠재우고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 올라 푸에르토리코와 사상 첫 우승을 놓고 다툰다.

네덜란드에 패한 한국, 푸에르토리코 앞에서 희생양이 된 일본의 탈락도 놀랍지만, 세계 최고의 야구리그 메이저리그를 자랑하는 미국이 4강에도 오르지 못한 예상 밖 결과도 눈에 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스포츠 강국이다. 야구의 메이저리그, 농구의 NBA 등은 해당 종목에서 세계 최고의 리그로 꼽힌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NBA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 '드림팀' 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마이클 조던,  찰스 바클리, 매직 존슨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로 구성된 미국 남자농구팀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전승 우승을 달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드림팀의 등장은 '농구 세계화'의 전환점이 됐다. 이후에도 미국은 올림픽마다 NBA 올스타급 선수들로 구성한 드림팀을 결성하는 게 전통이 됐고, 최근 6번의 올림픽에서 5번이나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또 하나의 스포츠인 야구는 사정이 다르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퇴출된데 潔� 자국서 열린 WBC에서 미국 야구는 번번이 조기 탈락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1,2회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은 대회 초반부터 졸전을 거듭하며 우려를 낳았고, 끝내 도미니카공화국에 덜미를 잡혀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와 가장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데다 홈 어드밴티지까지 등에 업은 미국이 왜 WBC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표팀 구성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 전원 메이저리거로 구성한 대표팀의 면면은 겉보기에 화려했지만 최상의 전력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개인주의와 구단 이기주의가 팽배한 분위기에서 비시즌 열리는 WBC를 대하는 자세는 소속팀에서만큼 적극적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조 토레 감독도 대회 기간 내내 최상의 맞춤형 용병술보다는 구단들 이해관계에 따라 스타들의 출장시간과 경기감각을 안배하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물론 참가 선수들은 나름 최선을 다했을지 모르지만 어차피 최상의 팀워크나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를 기대하기는 시작부터 어려웠다.

주최국인 미국 대표팀 부진은 WBC 흥행에도 악재다. 1,2회 대회 때는 한국이나 일본 등 극동지역이 WBC에 더 열광하고, 대회 자체에도 진지하게 임했다. 이번에는 네덜란드, 대만 등이 선전하면서 더 치열해졌고, 세계야구의 판도 변화도 거셌다. 하지만 정작 미국야구는 WBC를 아직도 시즌 전 번외경기나 이벤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미국 현지에서는 야구팬임에도 WBC 자체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그들에게 WBC가 열리는 2~3월은 슈퍼볼(미식축구)이나 3월의 광란(미국 대학농구)이 더 기억될 뿐이다. 아니면 대부분 자신이 응원하는 지역팀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상황은 WBC를 월드컵에 비견되는 최고의 국제야구대회로 키우고 야구 시장을 넓히려는 메이저리그 야심과도 어긋난다. 사실 올림픽에서 야구가 퇴출된 것도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한 미국이 메이저리거들 올림픽 출전에 소극적이었던 게 큰 이유였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퇴출된 지금, WBC도 이대로라면 장기적인 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야구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WBC라는 콘텐츠에 대해 근본적인 책임감과 성찰이 있어야한다. 자국 대표팀의 경쟁력과 구단 이기주의에 대한 문제가 선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