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이승엽-김태균, 서로 다른 30홈런 해법

라데츠(radetz) 2010. 1. 31. 22:34

 

 

이승엽(34·요미우리)과 김태균(28·지바 롯데)이 30홈런을 공언하며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각각 1·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홈런·타점왕에 오른 공통점이 있다. 이승엽은 2006년 5홈런·10타점, 김태균은 2009년 3홈런·11타점을 기록했다. 일본 투수들을 무너뜨리고 WBC 영웅이 된 이들은 새해 일본에서 거센 도전을 받는다. 성공 지표는 30홈런이다. 2월 1일 스프링캠프 오픈과 함께 이들의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서로 다른, 30홈런 각오를 들어봤다.

●이승엽의 열쇠는 변화

이승엽은 미야자키 캠프에 앞서 "말을 앞세우기 싫다"면서도 "주전 경쟁에서 이겨 30홈런을 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주로 2군에서 머물렀던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상징을 30홈런으로 잡았다.

타자에게 30홈런은 매 타석 투수를 위협할 수 있는 숫자다. 삼성 시절인 1997년 32홈런을 때려 첫 홈런왕을 차지한 이승엽은 2003년 56홈런을 터뜨릴 때까지 7년 연속 30홈런을 쳐냈다.

이승엽은 일본(지바 롯데) 진출 첫 해인 2004년 부진했지만 이듬해 30홈런을 터뜨리며 부활했다. 타율이 0.260에 그쳤지만 장타력만큼은 인정받아 2006년 요미우리로 이적할 수 있었다. 그해 41홈런(센트럴리그 2위)을 때리며 요미우리와 4년 총액 30억엔의 초대형 계약을 따냈다. 이승엽은 엄지 부상에 신음하던 2007년에도 꼭 30홈런을 채웠다. 그러나 2007년 8홈런, 지난해 16홈런에 그쳤다.

이승엽은 "엄지 수술 후 아프지 않게 치려다 스윙이 망가졌다.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손에 무리한 힘을 줬다"고 털어놨다. 가볍고 부드러운 스윙이 무너지자 선구안이 나빠졌고 자신감도 잃었다.

지난 겨울 이승엽은 김승관 대구상원고 코치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야신' 김성근 SK 감독 등 몇몇을 제외하면 국내 최고 타자인 이승엽에 조언하기를 꺼려하지만 이승엽이 먼저 도움을 청한 것이다. 나쁜 버릇을 떨쳐내는 것이 30홈런의 열쇠다.

●김태균의 고집은 불변

김태균은 일본 오키나와 인근 이시가키 캠프에서 일본 진출 후 첫 단체훈련을 시작했다. 쾌활한 웃음, 엉뚱한 농담 등 한국에서 보인 모습 그대로였다.

김태균은 "구체적인 목표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바 롯데의 4번타자 자리를 지키고 싶다. 내 스타일의 야구를 할 것이다. 가능하면 한국에서의 성적을 뛰어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2001년 한화에 데뷔해 20홈런을 쳐냈다. 신인 시절 기록은 이승엽을 능가했지만 30홈런을 넘긴 시즌은 두 번(2003, 2008년·이상 31홈런)밖에 없다. 그에게 30홈런을 당장 기대하는 건 욕심일 수도 있다.

올해 30홈런은 지바 롯데의 바람이다. 지난해 롯데 팀 최다 홈런은 사부로(24개)가 기록했다. 2005년 이승엽 이후 30홈런을 때린 타자가 5년째 없었다. 김태균에게 3년 총액 7억엔을 안긴 배경에는 홈런을 펑펑 쳐달라는 바람이 자리한다.

김태균은 "일단 내 야구로 부딪혀 보겠다. 타격 자세와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타점과 타율에 신경쓰고 홈런은 부가적으로 얻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에서의 고집 그대로다. 김태균이 공언한 '한국에서 거둔 성적 이상'이라면 30홈런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한국보다 많은 일본 경기수(144개)와 반발력이 큰 배트와 공 등의 변수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