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야시엘 푸이그(23·LA 다저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가 배출한 최고의 신인 중 한 명이었다. 비록 내셔널리그 신인왕은 호세 페르난데스(21·마이애미)가 차지했지만 푸이그가 몰고 온 ‘쿠바 돌풍’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당시 미국 현지 언론은 “푸이그의 맹활약 덕에 침몰 위기에 놓였던 다저스가 다시 동력을 얻게 됐고, 경질 위기에 몰렸던 돈 매팅리 감독의 생명도 연장됐다”며 푸이그를 연일 대서특필했다. 푸이그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319 19홈런 42타점.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푸이그 같은 신인을 볼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2의 푸이그’가 빅리그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
현재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들만 참가하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가 한창이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있다. 바로 미네소타 트윈스의 유망주 바이런 벅스턴(20)이 그 주인공.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우투우타의 중견수 벅스턴이 장차 푸이그 이상의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조지아 주 출신인 벅스턴은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번)에서 미네소타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당시 그가 받은 계약금 600만 달러(한화 약 64억 원)는 미네소타 신인 역대 최고액이었다.
지난해 루키리그에서 뛴 벅스턴은 타율 0.248 5홈런 20타점 11도루에 그쳤다. 하지만 나무 배트에 적응한 올해는 싱글 A와 싱글 A 하이 두 개의 리그를 거치며 타율 0.334 12홈런 77타점 55도루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출루율(0.424)과 장타율(0.520) 또한 수준급이다.
벅스턴은 현재 미네소타 구단은 물론 베이스볼아메리카 등 마이너리그 전체 유망주 지표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베이스볼아메리카가 선정한 2013 마이너리그 ‘올해의 선수’로도 뽑혔다.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AFL 현장에서 만난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벅스턴은 마치 배리 본즈와 켄 그리피 주니어를 합쳐 놓은 것처럼 파워, 스피드, 수비력 등 모든 것을 다 갖췄다”며 “5툴(타격의 정확성, 파워, 수비, 송구, 주루 능력)은 물론 성실함까지 갖춘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미네소타 구단 홈페이지의 스카우트 리포트에는 “벅스턴은 스피드와 파워 등 야구를 잘할 수 있는 모든 재능을 다 갖추고 있다. 특히 그의 빠른 주력은 베이스런닝 뿐만 아니라 폭넓은 외야수비를 하는 데 절대적”이라며 “파워 또한 배트 스피드가 좋기 때문에 장차 더 좋아질 것이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가진 다양한 재능을 그라운드에서 꾸준히 활용할 수 있는 법을 익히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언론 또한 “벅스턴은 장차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25홈런 50도루 이상이 가능한 중견수가 될 수 있다”며 “마이크 트라웃(21·LA 에인절스)이나 푸이그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고 호평했다.
이들은 또 어린 나이에 각종 언론 매체의 조명을 받으면서도 겸손하고 지역사회에 봉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벅스턴의 인격을 높이 평가하며 장차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정상급 야수로 롱런 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확신했다.
국내 언론 최초로 최근 벅스턴을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팀 미팅이 소집돼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다음은 벅스턴과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조금 피곤하다.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가 끝나고 시즌 중반에 팀에 합류해 48경기 밖에 뛰지 않았다. 하지만 올 해는 정규시즌 125경기를 뛰고 AFL까지 참가하려니 조금 피곤하다.”
-프로 첫 해였던 지난해 타율 0.248로 부진했다. 이유가 있다면?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아무래도 나무배트를 처음 사용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좋아지지 않았나? 이제 나무배트에 완전히 적응했다. 하하.”
-프로 2년차인데 이미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게임에도 참가했고 AFL에서도 뛰고 있다.
“(웃으며) 그렇다. 시즌 중 열심히 하긴 했지만 AFL에서 뛰게 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AFL에서 뛰라는 소식을 듣고 좀 놀라긴 했다.”
-당신을 향한 언론의 관심이 크다. 장차 푸이그보다 더 잘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웃으며) 과찬이다. 이제 겨우 프로에서 풀타임으로 1년을 보냈다. 아직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남자라면 그리고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최고가 되는 꿈을 갖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해 장차 푸이그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배운다는 자세로 부담없이 즐겁게 야구를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고교시절 농구와 미식축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 중 야구를 선택한 이유는?
“농구는 고2때 그만뒀다. 야구와 미식축구 사이에서 갈등을 했는데 아무래도 야구가 내 적성이나 신체조건 상 잘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식축구를 하기에는 내 키(186cm)와 몸무게(90kg)가 적합하지 않았다. 아울러 여러 종목 중 야구를 향한 내 열정이 가장 크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야구는 언제, 그리고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야구는 7세 때 처음 시작했다. 내 고향은 인구 약 5000명의 작은 시골이다. 그러다 보니 특별히 할만한 게 없는 곳이라 자연스럽게 운동과 가깝게 지냈다.”
바이런 벅스턴(미네소타).
-고등학교 시절 투수로도 뛰었다. 중견수로 전향하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16세 때 처음 프로팀 스카우트를 만났는데 그들이 투수보다는 내가 발도 빠르고 타격에도 소질이 있으니 야수로 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다면?
“애틀랜타의 외야수 B.J. 업튼(29)이다. 그는 발도 빠르고 수비도 잘하고 공격력도 좋다. 나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그와 같이 다방면에서 모두 다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내년 시즌을 위해 오프시즌 때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우선 몸무게를 좀 더 늘리고 싶다. 아울러 주력을 향상시켜, 내년에는 도루도 더 많이 하고 수비도 더 잘하고 싶다. 물론 타격연습도 많이 해야한다. 그러고 보니 할 게 너무 많다. 하하.”
이 때 팀 미팅이 소집돼 아쉽게도 인터뷰는 중단돼 추후 만남을 기약했다. 벅스턴은 지난 8일(한국시간) 어깨 근육에 통증을 느껴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올 AFL 총 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2 3홈런 2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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